이소 (e_so) [Needle and thread]
'만약 너에게 바늘과 실이 있다면 구르는 태양도 지나가는 바람도'
작년에 나는 계절도 시간도 따라가기엔 너무 지칠 대로 지쳐버렸다. 그러다 1월에 외로움과 추위를 피해 여행을 떠났다.
그곳에서 난 수많은 친구를 만났고, 어느덧 내가 안고 있는 불안까지도 사랑하게 되는 순간들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 곡은 모험가 진하를 만나 시작하게 된다. 태국에서 그녀의 바느질 워크숍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삐뚤빼뚤 어설픈 솜씨로 구멍 난 내 옷에 한 땀 한 땀 정성껏 바느질을 하니 헌 옷이 다시 태어나는 느낌이었고, 몸에 문신 하나 없는데 옷에 문신을 새기는 느낌이라 해방감도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옷을 사랑하게 되었고 그걸 입은 내 자신이 정말 예뻐 보였다.
그날 바로 숙소의 옥상에서 곡을 썼다.
만약 바늘과 실이 있다면 난 어디로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표현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후 태국의 여러 거리에서, 돌아와 한국의 여러 공연장에서 이 곡을 불렀다. 언젠가 낼 거라고 생각만 했지 이렇게 빠르게 발매할 줄은 몰랐다.
4월 그 전화를 받기 전까지.
2014년 밴드를 하던 시절 ‘해녀, 이름을 잇다’라는 컴필레이션 음반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때 기획을 맞은 권민영 언니가 간만에 전화가 왔다. ‘강지만 작가’의 전시가 7월에 열릴 예정인데 그림에 한 번 곡을 써보지 않겠느냐고.
먼저 곡을 쓰고 이후 앨범 커버를 디자인한 적은 있지만 역으로 그림을 보고 곡을 쓴 적은 없어 두려웠다.
하지만 작가님의 그림을 보다가 눈에 띄는 작품이 있었다. 장지 위에 돌가루로 채색하여 작업한 ‘뜨개질’이었다. 이번 싱글의 커버 디자인이기도 하다.
온갖 스트레스로 인해 머리만 커져버린 ‘얼큰이’를 통해 무거워진 몸과 마음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표현하는 강지만 작가의 그림에 내가 투영되었고, 특히 ‘뜨개질’에서 본인을 집어삼킬 듯한 커다란 파도를 바라보며 묵묵히 뜨개질하는 얼큰이의 모습이 나와, 이 곡과 참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타를 다시 잡고 편곡을 하고 여행지에서 만난 음악가 조민규에게 부탁하여 화음을 넣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가사 없는 연주곡으로도 표현되면 좋을 것 같아 1집에 참여했던 양빛나라에게 피아노를 부탁하여 2번 트랙까지 완성하였다.
곡은 어디까지 흐를까.
실 가는 데 바늘도 가듯 흐르고 흘러 긴밀하게 친구에게 그림에게 이곳에 그리고 이 곡을 들을 당신에게
그리고 또 계속 어딘가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