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인디 씬을 대표하는 싱어 송라이터의 만남
'Courtney Barnett' and 'Kurt Vile' [Lotta Sea Lice]
'Kurt Vile'
워 온 드럭스(The War On Drugs)의 초대 기타리스트로도 알려져 있는 필라델피아 출신의 커트 바일(Kurt Vile)은 현재 솔로 아티스트로서 크게 활약해내고 있는 중이다. 분위기 있는 멜로디라인, 그리고 약간은 쉰 목소리를 내뱉는 그는 특히 네 번째 정규 작 [Smoke Ring For My Halo]를 통해 일약 US 인디 씬을 대표하는 뮤지션이 됐다. 꾸준히 양질의 앨범들을 내놓으면서 닐 영(Neil Young)과 밥 딜런(Bob Dylan), 그리고 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steen)의 계보로 이어지는 싱어 송라이터로써의 행보를 묵묵히 걸어나가고 있다. 목소리는 어떻게 들으면 리 헤이젤우드(Lee Hazlewood)같기도 하다.
'Courtney Barnett'
호주 출신 여성 싱어 송라이터 코트니 바넷(Courtney Barnett)은 2015년도 데뷔앨범 [Sometimes I Sit and Think, and Sometimes I Just Sit]을 통해 순식간에 전세계의 주목을 이끌어냈다. 90년대 풍의 풋풋한 그런지 사운드에 밥 딜런스러운 창법과 가사를 더해내면서 다방면으로 팬들을 흡수해냈다. 세련되지 않은 일상을 풍자와 유머로 풀어낸 그녀의 노래에 많은 이들의 마음이 동요했고, 피치포크, 스테레오검, 심지어는 뉴욕 타임즈까지 이 왼손잡이 텔레캐스터를 연주하는 소녀에게 환호를 보냈다. 롤링 스톤 매거진의 경우 "어떻게 코트니 바넷은 올해 가장 현명한 앨범 중 한 장을 만들어낼 수 있었는가?(How Courtney Barnett Made One of 2015's Most Clever LPs)"라는 제목의 기사마저 게재하기도 했다.
Courtney Barnett and Kurt Vile
이후 세계 각지의 페스티벌을 돌아다니면서 커트 바일과 코트니 바넷은 자주 얼굴을 마주했고, 친구가 됐다. 그리고 커트 바일은 언젠가 그녀와 함께 작업했으면 좋겠다 생각하면서 그가 멜버른에 도착했을 무렵 코트니 바넷에게 함께 앨범을 제작하자는 얘기를 한다. 커트 바일이 [B'lieve I 'm Going Down] 앨범 프로모션 도중 필라델피아에서 사진 촬영을 할 무렵 머리 속에 그녀를 위한 노래 ('Over Everything')를 쓴다. 이후 코트니 바넷이 협업에 찬성하면서 그녀는 신곡 'Let It Go'를 만들었다. 서로 데모를 교환하면서 작업이 진전되어 간다.
앨범 커버에는 흑과 백을 테마로 커트 바일과 코트니 바넷이 자신들의 상징과도 같은 기타 모델들인 재규어와 왼손잡이 텔레캐스터를 각각 들고 있다. 앨범 발매 직후 북미 투어가 결정됐는데, 투어 포스터에는 앨범의 제목이기도 한 'The Sea Lice' 올스타 밴드라 칭한 백 밴드가 함께 한다고 적혀있다. 이 백 밴드에는 앨범에 참여했던 스텔라 모즈가와와 롭 락소 이외에도 무려 슬리터 키니(Sleater-Kinney)의 자넷 와이즈(Janet Weiss)까지 합류할 예정이라고 한다. 앨범 녹음의 경우 호주 뮤지션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었는데 투어의 경우 미국 아티스트들이 담당해내게 됐다
커트 바일이 이 프로젝트를 위해 처음으로 만든 곡 'Over Everything'이 먼저 공개됐다. 대니 코헨(Danny Cohen)이 연출한 비디오에서 서로가 서로의 노래 파트를 부르는 대목이 흥미롭다. 의외로 곡 러닝타임이 6분을 넘어가는데 특히 후반부로 치달으면서 뭔가 열띤 기타 앙상블과 노이즈가 복잡하게 얽혀진다. 피치포크 베스트 뉴 뮤직에 랭크 되기도 했다.
두 번째로 'Continental Breakfast'가 공개됐다. 호텔에서 제공되는 주로 건조한 음식들로 이루어진 '대륙식 조식'을 의미하는 제목의 곡은 컨트리 바이브에 충실한데 어딘가 소박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곡 내내 전개된다. 비디오에는 커트 바일이 급하게 집을 정리한다거나 레코드를 재생하는 모습, 그리고 커트니 바넷 역시 자신의 집과 동네에서 한가롭게 보내는 모습이 각각 전개된다. 그리고는 마지막에 둘이 서로 전화통화를 하면서 비디오가 종료된다.
'Let It Go'는 코트니 바넷이 프로젝트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작곡한 노래다. 어딘가 슬픈 듯한 무드가 두 사람의 듀엣으로 여유롭게 흘러간다. 록킹한 싸이키델릭 잼 세션 'Fear Is Like a Forest', 커트 바일 밴드의 반주 위에 코트니 바넷이 노래하는 것 같은 느린 전개의 인디록 튠 'On Script', 그리고 반대로 싱그러운 코트니 바넷의 곡에 커트 바일이 노래한 것 같은 'Blue Cheese'가 묘하게 병치된다. 앨범의 첫 곡 'Over Everything'도 그렇고 'Untogether' 처럼 두 사람이 함께 부르는 곡들은 유독 앵거스 앤 줄리아 스톤(Angus and Julia Stone) 같은 이들의 분위기가 연상되곤 한다.
어깨에 힘을 뺀 컨트리/포크 트랙들과 은은한 블루스, 그리고 싸이키델릭한 하드 록 등 오래된 사운드들이 절묘하게 집약되어 있다. 느긋한 분위기, 그리고 가슴을 울리는 멜로디가 두 아티스트의 필터를 거쳐 본 작에 추출되어 있다. 때문에 이는 솔로 아티스트로서 코트니 바넷, 커트 바일이 아닌 ‘두 사람의 음악’이라는 기분을 준다.
마음이 맞는 두 아티스트들의 꾸밈없는 대화가 그대로 작품이 된 것만 같은 앨범이다. 무엇보다 서로의 음악을 존중하고 있는 모습이 엿보이기 때문에 좋은 결과물과는 별개로 훈훈한 그림이 그려진다. 두 사람의 멋진 싱어 송 라이터가 진심으로 음악을 즐기는 모습을 담은 기록이며, 그렇기 때문에 유독 특별한 작품이다.
글: 한상철(불싸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