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성 I
사랑이 내게 건넨 말과 내가 사랑에게 건네는 말에는 항상 밑줄을 치는 습관이 있습니다.
사람을 기억하고, 기록하며, 기다리는 일을 하는 나는 아직도 미성숙해 한참을 넘어집니다.
내게 남아있는 아픔과 상처들이 늦여름 따스한 볕에 모두 녹아내리게 된다면,
나는 이듬해 겨울에 누군가를 위해 손난로를 데우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미완성 I은 우주보다 방대한 사랑에 보답할 엄두조차 못 냈던 철없고 겁 많은 어린아이의 흥얼거림입니다.
훗날 어른이 될 제 자신은 지금까지 자신의 목을 죄던 것들에서 완전히 해방되어 세상의 숨을 무던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때까지 당신의 눈에 노을이 지거나 비가 오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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