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저희 가족이 살고 있는 이 집으로 이사 오던 때에 썼던 노래예요.
기억이 남아있는 제 삶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던 동네를 떠나는 기분이라는 게 참 묘하더라고요.
그렇다고 슬픈 건 또 아니었습니다.
새 집은 주차도 훨씬 편하고 주변에 먹을 데도 많았거든요.
이사를 온 직후 일주일 넘게 겁 많은 둘째 고양이가 제 방 침대 밑에서 나오지 않았던 게 생각나요.
비교적 숫기가 있었던 첫째 고양이랑 같이 방바닥에 엎드려 어두운 틈 사이로 둘째의 생사를 확인하곤 했었죠.
또 한 번의 이사를 앞두고 있는 지금, 저희 가족은 많은 것이 변한만큼 또 많은 것이 여전한 것 같습니다.
부모님은 여전히 건강하시며 술을 좋아하시고, 사관학교 생도였던 동생은 어느새 졸업해 진짜 직업 군인이 되었네요.
온 가족이 모이는 날은 손에 꼽지만 여전히 모이면 맛있는 걸 먹습니다.
대신 소맥을 마는 날보단 와인을 따는 날이 많아졌어요. 고양이 두 마리는 모두 무지개 다리를 건넜답니다.
곧 이사 갈 새 집은 더 넓어서 놀데도, 숨을 데도 많고 재밌었을 텐데 함께하지 못해 아쉬워요.
다행히도 저는 여전히 음악을 하고 있습니다.
노래하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저는 그새 싱어송라이터가 되어, 이제는 정규 앨범까지 준비하고 있네요.
그중에 하필 이런 지루한 개인사를 골라 미리 들려드리는 건, 보고 싶은 기억을 조금이라도 빨리 꺼내 놓고 싶은 제 성급한 마음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이사와 함께 저도 나와서 살 예정이라, 같은 천장 아래서 지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거든요.
사랑하는 엄마 아빠, 얼굴을 못 본지 좀 된 동생, 그리고 햇빛이 잘 드는 저 세상 어딘가에서 뛰어놀고 있을 저희 고양이들에게 이 노래를 전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