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햇살처럼 위로하는 감성 피아니스트
Angella Kim(안젤라 김)의 싱글 앨범 [하나둘셋 하고 바로 잠들 수 없는 밤]
“… 눈을 감으면 오치아이의 네모난 방 하나가 떠오른다. (중략) … 어린 왕자의 별에서는 의자를 옮기기만 하면 해지는 노을을 볼 수가 있다지만, 내가 사는 오치아이 별은 창문만 열면 노을이 지는 그런 공간이다. 아는 사람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방에 서서 천장에 달린 전등 줄을 잡아당긴다.
덧문을 닫으면 완벽한 어둠 속에 잠들 수 있지만, 나는 그 방을 떠날 때까지 한 번도 덧문을 닫지 못했다. 한겨울 추위로 이를 덕덕 갈아도. 덧문을 닫지 않으면 나의 방은 별이 되지만, 덧문을 닫는 순간 나의 방은 상자로 변하고, 나의 잠은, 나의 꿈은, 나의 무의식은 영영 우주를 가로질러 지구별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중략)
꽃 피고 새 우는 이렇게 찬란한 밤에 오치아이에서 맞은 첫 번째 겨울을 추억하는 이유는 단 하나, 하나둘셋 하고 바로 잠들 수 없기 때문이다.”
이은주 작가의 <동경 인연>의 한 구절을 읽던 날 저는 독일에 도착한 첫날부터 이어지던, 쉽사리 잠들지 못하던 밤들을 떠올렸습니다. 모든 것이 낯설었고, 낯선 세계가 궁금한 만큼 두려움도 컸던 시간이었습니다.
이국에서의 생활이 조금 익숙해지고 난 뒤에도 쉽사리 잠들지 못하는 밤은 자주 찾아왔습니다. 하나둘셋이 아니라 양을 백만 마리씩이나 세고도 잠들지 못하는 밤도 숱하게 있었지요.
나이를 먹고 이제 조금은 예전보다 뭔가 나아지지 않았냐고 스스로 마음을 다독일 때도 불면의 밤이 아주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내가 사는 곳에 내가 속해있지 않다는 느낌이 들 때 내 집도 마음도 상자가 되는 것 같아요.
아마 낯선 곳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태어나고 자란 곳에 살면서도 이방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으니까요. 너는 나와 다르다, 나는 당신과 클라스가 다르다, 우리 아파트 놀이터에서 넌 놀면 안 돼 … 수많은 ‘다름’의 잣대가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가를 때 우리는 고향에서조차 이방인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우리의 ‘방’이 ‘상자’가 아니라, 어린 왕자의 별처럼 의자를 옮기기만 하면 해지는 노을을 볼 수 있는 ‘별’이 되면 좋겠습니다. 수많은 다름의 잣대와 경계선이 사라지고, 서로 기대어 해지는 노을을 함께 바라볼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그런 세상에서는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하나둘셋 하고 바로 잠들 수 있는 밤들이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하게 됩니다. 언제쯤 그런 밤이 찾아올까요? …
오늘은 하나둘셋 하고 바로 잠들지 못하는 밤조차 그러려니 하고 어루만져 주고 싶은 날입니다.
평안한 밤이 당신에게 찾아오는 날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안젤라김 드림
- 작가 이은주 -
요양보호사, 작가, 일본문학번역가
에세이스트, 일본문학번역가, 요양보호사. 아픈 남동생의 아이들과 아픈 엄마를 돌보느라 정신없이 살았다. 정신없이 살아오는 동안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났다.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 후 할머니를 애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는 동안 돌봄과 나눔에 대해서 깊이 있게 탐구하는 것이 문학의 한 형태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도달했다. 『나는 신들의 요양보호사입니다』, 『오래 울었으니까 힘들 거야』, 『동경인연』을 출간했으며, 거동이 불편한 엄마를 위해 직접 재가 요양보호를 담당한 이야기를 『돌봄의 온도』(헤르츠나인, 2023)가 있다. 인지증으로 고생하는 엄마를 재가 요양보호를 통해 돌보며 번역, 집필 활동과 각종 방송 출연, 강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