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곡이 담긴 싱글, 그렇지만 많은 이야기가 담긴 하나의 작품 – 구원찬 [Epilogue]
에필로그, 한 권의 책 마지막 즈음에서나 만날 수 있는 단어다. 그렇지만 에필로그가 이야기의 종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에필로그의 정확한 번역은 후일담이며, 덧붙는 이야기를 뜻한다. 그렇다면 이 싱글은 어떤 의미가 있길래 이러한 제목을 붙인 것일까. 해답을 지금 당장 얻을 순 없지만 이 곡에 담긴 내용, 그리고 앞으로 나올 구원찬의 다른 음악으로부터 에필로그가 의미하는 바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싱글 [Epilogue] 내에 있는 “더 가까이”는 [Object]에서 들을 수 있었던, 오직 구원찬만이 가능하다고 여겼던 형태의 음악을 마무리 짓는 곡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구원찬이라는 음악가가 들려줄 음악은 조금 달라질지도 모른다.
“더 가까이”라는 노래는 보사노바 리듬을 가진 알앤비 곡이다. 그래서인지 재즈 퓨전부터 재즈 팝까지 느껴진다. 기존에 선보였던 구원찬의 음악이 장르의 색채가 짙었다면, 이번 곡은 좀 더 팝이라는 문법에 닿아 있는 듯하다. 이는 곡이 대중적이라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곡을 쓰고 노래를 부르는 구원찬이 폭넓은 장르 안에서 자유롭게 자신만의 표현을 가져간다는 증거다. 곡에서는 경쾌한 퍼커션을 비롯해 따뜻하면서도 편안한 전개, 곡 전체를 크게 관통하는 구원찬의 보컬이 인상적이다. 화려하게 장식하거나 큰 스케일을 구현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곡이 지닌 분위기를 전달하고 안정적으로 곡을 끌고 가며, 음색과 함께 가사가 고스란히 전달된다.
표면적으로는 사랑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그 사랑의 대상이자 말을 건네는 이는 결국 듣는 여러분일지도 모른다. [Object]에서 보여준, 한 편의 시를 완성한 듯한 그의 가사가 지닌 섬세함과 정교함은 이번 곡에서도 빛을 발한다. 천천히 곱씹어 듣다 보면, 곡이 지닌 여러 겹의 매력을 들을 때마다 한 번씩 깨닫게 될 것이다. 구원찬의 음악은 늘 그래왔기 때문이다. 그가 만들어 내는 공기의 온도 그 자체도 매력적이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 그리고 이야기 안에 담긴 의미까지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한 곡의 싱글이어도 절대 가볍지 않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이번 싱글, 그리고 그전에 발매되었던 모든 작품이 그 증거다.
블럭 (음악평론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