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을 꿈꾸지만, 순간을 거듭할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장제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아있는 것들을 비춰 보인다. 특히 <우리는 여기 오래 남아>에서 처음으로 접한 그의 목소리에서는 아름다웠던 시간 빛나던 우리에게 쏟아지던 영원한 햇빛, 그것을 기억하는 무구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스쳐 지나간 찰나가 모여 생의 온도를 만든다. 기억하지 못하는 삶의 가장자리에도 우리는 촘촘히 맺혀 있다. 영원은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마음속에서 되뇌는 순간 이내 지나가 버리지만, 그 짧았던 찰나는 오랜 일렁임으로 우리 안에 남기 마련이다. 웅숭깊은 선율, 읊조리는 낮은 허밍에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마음의 동요. 영원을 말하던 순간에도 영원할 수 없었던 우리의 순간을 닮아 꽤 오래도록 울컥하고 아무도 모르게 차오른다.
글 작가 김희진
Liner notes
01. 모든 우연의 이름
자연에서 우연히 발화하는 소리, 불확정의 순간들을 채집하여 점층적으로 반복되는 선율로 엮었다. 불확실 속 무한한 가능성, 결정되지 않은 것들의 이름을 부르고 싶었다.
02. 우리는 여기 오래 남아
마쓰이에 마사시의 소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를 읽고 영원히 찬란한 미결의 순간들을 찾아 나섰다. 울창하게 쏟아지는 빛의 장면들 위로 번지는 세밀한 울림. 너울지는 바람의 인상. 그곳에 우리가 있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