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서 보면 더 잘 보인다. 사람도 그렇다.
처음 만난 어색한 사이에서 “얘 좀 괜찮네?” 하며 한 번 더 만나게 되고, 서서히 스며들며 새로운 면을 보게 된다. 다음 만남에는 가까운 정도에 따라 지인이니 친구니 하면서 나름의 기준을 정하여 사람에게 라벨을 붙여둔다.
많은 관계를 지속하다 보면 가끔 친구를 넘어선,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를 상황에 놓인다. 그런 상황에서 쓰는 표현은 다양하다. 예시를 조금 들면 불알친구, x신, 그 x끼, 미친놈, 또라이 등이 있다. 사람은 원래 겪어보기 전까지는 멀쩡해 보인다. 그러다가 원래 보여주지 않던 모습을 드러낼수록 처음에 보았던 모습은 서서히 잊혀지고 이 과정이 극에 달하다 못해 서로 x신이라고 부르는 관계가 되어 아래와 같은 표현이 만연하게 된다.
“이 미친놈은 사회생활을 멀쩡히 하는 게 기적이다.”
“도대체 이 또라이는 연애를 어떻게 하는 거지?”
“어떻게 이 x끼가 회사에서 인정받는 거야?”
참 신기한 건 이렇게 서로를 깔아뭉개며 낄낄거리는데 기분 나쁠 일이 없다. 너무 가까이, 오래 보아서 처음에 이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고, 딱히 기억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지금 같이 모였다는 사실에 더없이 기쁠 수 있는 그런 사이가 되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동박사의 ‘하인간 (feat. 올티 (Olltii), Q the trumpet & 도한세)’는 더 드러낼 것도 없는 넷이 모여 놀듯이 뱉는 가사가 인상적인 싱글이다.
UGP가 깔아둔 무던히 달리는 드럼 위로 동박사가 안정적인 스타트를 끊으면 올티가 빽빽하게 라임을 꽂아 긴장감을 더한다. 이후 Q the trumpet(큐 더 트럼펫)이 여유로운 플로우로 잠시 숨통을 트여준 뒤 도한세의 날카로운 톤으로 곡을 마무리한다.
각자 성격이 잘 드러나는 퍼포먼스를 한데 어우러지게 묶은 프로덕션도 눈여겨볼 만하다. 벌스를 중심으로 엮어낸 곡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은 것은 서로가 서로를 너무 잘 알아서 나온 구성 때문일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