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을 하나 하나 오르는 것처럼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쯤은 뭘 하고 있어야하고, 뭘 이루었어야 하고.
그런 생각들은 때론 집착이 되고 가시가 되어서
마음속의 진심을 가려왔다. 나 자신도 볼 수 없도록.
꾹꾹 눌려있던 진심은 가끔씩 예상치 못한 순간에 삐죽 튀어나와
갈등을 만들었다.
견디기 힘들어질 정도가 되어서야 서서히 진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이제까지 무엇을 위해 달려온 것인지 그 의미가 흩어져버렸다.
그렇게 어디서부터 시작되었고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멍하니 잊어버린 순간,
비어있는 시간과 끝없이 펼쳐진 공간 안에
멈춰서버린 나를 발견했다.
이럴 때는 흘러가는 대로 흘러가보아도 괜찮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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