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겨울은
모든 것을 잃어가는 계절,
다가올 봄을 위해 희생하는 계절,
웅크리고 있는 모든 것들이 울고 있는 것만 같은
그런 슬픈 계절이었다.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다가도 연말에 반짝이기 시작하는 거리를 보면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이 떠올랐고, 그 모든 것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렇게 가장 싫고 아프고 공허한 계절이었다.
그런데 이번 겨울은 조금 달랐다.
가족과 함께 하기 위해 케이크를 들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던 사람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슬프고 쓸쓸했지만, 초라해 보이기만 하던 헐벗은 나뭇가지가 그 자체로 아름다워 보였다.
너무나 추워 꼼짝도 하기 싫은 날 아침에 이불 속에서 느끼는 온기가,
하얗게 부서지는 입김 사이 건조한 겨울 냄새가,
얼어붙은 손과 빨개진 코까지도
소중해졌다.
몰아치던 시간 속에서 작은 돛 하나 달고 휩쓸리기만 하던 내가 이제야 비로소 스스로 삶의 키를 잡고 나아가는 것 같다.
치열하게 싸우고 고민했던 동안 쌓인 생각의 깊이만큼
많은 것을 돌아본 이번 겨울.
힘들었던 이십 대 초중반의 시간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삶의 찬란함이라는 것을.
이제 나에게 겨울은 쓸쓸하기에 어쩔 수 없이 사랑하고야 마는 계절이 되었다.
겨울이 끝나간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했던 그 시절의 나에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