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은 죽지 않는다(Rock will never die).
저 말을 맨 처음 한 사람이 누굴까. 한때는 철 지난 선거 구호 같던 저 말이 요즘 그렇게 찰떡같을 수 없다. 음악계와 공연 축제, 도처에서 록의 귀환이란 강력한 시그널이 잡힌다. 록이 돌아온다. 진짜로 몰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여기, 또 하나의 작지만 단단한 시그널이 있다. 밴드유니의 출사표다. 증폭된 밴드 사운드를 뿜어내는 여성 3인조. 승민(보컬, 베이스기타), 도휘(기타), 유경(드럼)의 편제로 펑크 록의 질주감부터 얼터너티브 록의 청량감까지를 자유자재로 뽑아낸다. 그들의 출전에 즈음해 우리는 록 역사의 영광 하나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바로 록 트리오다. 영미권에서는 크림, 러시, 모터헤드, 지미 헨드릭스 익스피리언스 같은 3인조가 음악사에 굵직한 획을 그었다. 록 트리오는 특별히 ‘파워 트리오’라고 불린다. 탄탄한 힘의 삼각형을 그 정도로 인상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록 장르에서 3인조 편제다.
역사 앞에 도전장을 내는 새로운 파워 트리오, 밴드유니의 신곡 ‘파란 밤’에 스타 플레이어들도 힘을 보탰다. KBS ‘톱밴드’에 출연해 2인조의 괴물 같은 편제로 괴력을 뽐낸 그룹 톡식 출신의 김정우가 작곡을 맡았다. 노랫말은 한국 인디 록의 산증인, 한경록의 작품이다. 27년째 현역인 1세대 펑크 록 밴드 크라잉넛의 베이시스트이자 작사가/작곡가. ‘밤이 깊었네’ ‘명동콜링’…. 듣기만 해도 도라지 위스키에 고막을 담그듯 감성의 소용돌이를 만들어낼 줄 아는 한경록 작가는 밴드유니의 ‘파란 밤’을 통해 자신의 또 다른 명작 ‘낭만고양이’(체리필터)의 잔상마저 내비친다.
악곡은 B단조와 D장조를 오가면서 전개된다. 파워 트리오 편제에 걸맞은 호방한 기타 리프를 앞세운 B단조의 버스(verse)는 이내 장조 느낌으로 터져나오는 후렴구와 강한 대비를 이루고, 후주부에서 마침내 기타의 드롭 디(dropped D) 개방현을 활용한 장조 반복구와 만나면서 악곡 전체는 삼각형처럼 탄탄한 입체적인 골조를 완성한다.
밴드유니는 이제 막 닻을 올렸다.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그들에게 미리 조심스레 기대해보면 어떨까. 자우림, 체리필터가 열었던 대중적 여성 록 밴드의 계보. 그것을 넘어 파워 트리오의 대관식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줄 것을.
다시 앰프가 예열되고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기타 잭이 연결된다. 드럼의 거친 통타가 들려온다. 이렇게 록은 우리 곁에 돌아왔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