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에 담긴 음악적 정체성, ‘BLACK! (feat. 노윤하)'
많고 많은 색 중에서 검은색은 다양한 의미가 있다. 패션 업계에서는 세련미를, 고대 문화권에서는 죽음을 상징한다. 반면에 음악 업계에서는 미국 대중음악에 거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흑인과 흑인음악을 뜻한다.
흑인 음악가들은 영가부터 시작해 블루스, 재즈, 가스펠, 알앤비, 소울, 훵크, 디스코, 하우스, 테크노 그리고 힙합까지, 대중음악의 다양한 세부 장르를 탄생, 발전시켜 왔다. 수많은 음악 팬들이 이런 음악에 영향을 받고 삶을 함께한 건 당연지사. 이 덕분에 흑인음악 관련 장르 팬과 음악가들에게 해당 색채어는 근본과 재능을 상징하는 단어로 여겨진다.
많은 한국 래퍼가 진정성과 실력을 언급할 때 검은색으로 본인을 빗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들은 흑인 음악가들의 노래뿐만 아니라 커버 아트와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비주얼라이징에 영향을 받았고 자연스레 검정색을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에 결부하고 있다. 이런 래퍼들의 색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곡이 여기 있다. 바로 Curlly(컬리)의 ‘BLACK! (feat. 노윤하)'다.
Curlly는 노래에서 자신의 힘으로 일군 음악적 성과를 바탕으로 타 래퍼와의 비교 우위를 확실히 한다. 더불어 자신이 가진 진정성과 자기 확신, 그리고 음악적 재능을 ‘black'이란 단어에 함축해 담아 뱉는다. 이 모든 이야기를 치찰음이 다분한 단어와 프로덕션에 딱 달라붙는 랩 디자인을 통해 트랙에 그루비함을 부여하는 건 물론이다.
노윤하는 Curlly의 뒤를 이어받아 쿨한 목소리의 톤으로 찰진 랩을 선보인다. 그 역시 마찬가지로 알맹이 없는 가짜 허슬러들을 통쾌히 꼬집는 건 물론, 확신의 태도를 가지고 랩으로 자기 자신을 증명한다. 특히나 간단한 단어들을 연결한 라이밍을 통해 박자감을 주는 모습은 왜 노윤하가 한국 힙합 씬의 기대주로 평가받았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이렇듯 ‘BLACK! (feat. 노윤하)'는 자신들의 진정성과 정체성을 검은색으로 비견한 트랙이다. 이를 통해 청자들은 두 래퍼의 멋은 물론, 색채어가 지닌 상징적 의미를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만큼 아직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두 래퍼의 패기와 음악적 정체성이 잘 담긴 트랙을 감상하고 이들의 행보에 건투를 기원해 보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