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는가. 이곳에서 멋진 대화와 산책을 했던 것이 벌써 몇 년이 되었군. 자네가 이곳에 머무는 동안은 가을이 아니었는데도, 가을이 올 때마다 그때 생각을 하게 되네. 이상한 일이야. 그렇지 않은가?
지금 이곳은 가을이 완연하다네. 낙엽이 구르고, 하품하는 고양이, 목도리들, 멋진 하늘과 부모님의 손을 잡은 아이들 같은 것들로 가득하지. 자네에게 듣는 그곳의 가을이 궁금하군. 언젠가 그 이야기를 나누는 날을 기대하겠네.
오늘 아침에는 우리가 함께 걸었던 길을 조금 걸었다네. 요즘 낙엽으로 덮인 길을 걷는 일을 퍽 즐기고 있어. 마음이 아주 편해지지. 나는 너무 빨리 걷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네. 가끔은 걸음 하나하나가 걷는 것 그 자체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생각도 해. 내 발걸음이 만드는 소리를 듣고, 나를 둘러싼 것들을 바라보며, 그제서야 정말 제대로 현재를 걷고 있다고 느끼는 거야. 어째 또다시 바보 같은 소리만 늘어놓게 되는군. 하지만 자네라면 이해할 거라 생각하네.
다음에 만나는 날을 기다리겠네. 그때 다시 한번 멋지게 걸어보자고. 잘 지내게. 그럼 이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