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월간 윤종신] 10월호 ‘그때’
2023 [월간 윤종신] 10월호 ‘그때’는 어리숙하고 불안했기에 더욱 빛났던 그 시절을 돌아보는 곡이다. 그 시절을 떠올렸을 때 밀려드는 애틋함과 아련함, 감사함 같은 감정과 세월을 아우를 수 있게 되었을 때 비로소 선명해지는 생각을 담았다. 윤종신은 이번 가사를 통해 누구나 가슴 한편에 고이 간직하고 있는 그때를, 단 한 사람 덕분에 더 그럴듯한 사람이 되고 싶었고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었던 그날들을 소환한다. 그리고 그때의 우리와 지금의 우리는 얼마나 달라졌는지, 그 다름의 낙차가 우리에게 안겨주는 슬픔과 그리움의 정체는 무엇인지 묻는다. 9월호 ‘이별 이별 이별’에 이어 작곡가 박준식이 작, 편곡을 맡았다.
“이제는 돌아보는 나이가 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돌아보는 걸 그렇게 좋아하진 않지만 요즘 들어 어쩔 수 없이 ‘그때’를 입에 담는 일이 잦아졌거든요. 특히 또래를 만나면 더 그래요. 술자리든 업무 미팅이든, 처음 보는 사람이든 오랜만에 만난 사람이든, 몸풀기 토크처럼 일단 ‘그때’를 공유하며 공감대 형성을 하곤 하니까요. 웬만큼 살아낸 사람들의 ‘그때’에는 아련함이 있어요. 따지고 보면 별말이 아닌데도 그때 얘기를 나누다 보면 단숨에 무장해제가 되면서 사교의 장이 펼쳐지죠. 일종의 동료 의식이랄까요, 같은 시대를 무사히 지나왔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애틋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요. 굳이 말은 하지 않아도 그때를 지나서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다고 마음으로 응원하는 거죠.”
최근에 ‘라떼는 말이야’ 같은 말이 꼰대를 희화화하며 한바탕 유행했던 걸 보면, ‘그때’는 나이를 방증하는 단어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때’가 단지 많이 살아낸 사람의 전유물은 아닐 것이라는 게 윤종신의 생각이다. 왜냐하면 ‘그때’는 나이와 관계없이 이전과 달라진 상황과 마음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떠오를 테니까. 너무 많은 ‘그때’가 떠올라서 아연해지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바로 지금이 먼 훗날 떠올릴 ‘그때’가 되리라는 걸 예감하는 사람들에게도 ’그때’는 복잡한 감정을 불러 일으킬 테니까. 윤종신은 단 두 글자임에도 무궁무진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듯한 ‘그때’에 주목한다.
“이번 가사는 수천 가지의 ‘그때’ 중에서도 사랑을 시작했을 때의 그때, 그러니까 풋풋하고 덜 영글었을 때의 그때를 떠올려보면서 썼는데요. 시작할 때는 분명히 사랑 이야기였는데, 다 쓰고 보니 단지 사랑 이야기만은 아니더라고요. 저라는 사람에게 나타났던 다양한 인간 군상이 들어가 있는 것 같고요. 쓰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부분은 ‘괜찮은 사람이 될 때쯤 괜찮지 않은 사람 돼버리더라’였는데요. 여기서 등장하는 두 번의 ‘괜찮다’는 그 뜻이 달라요. 어렸을 때 흔히들 되고 싶은 ‘괜찮은 사람’이란 남들이 보기에 그럴듯해 보이는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나이가 들고 내가 정작 그럴듯해진 다음에는 스스로 ‘괜찮지 않은 사람’이 되었다고 느낄 때가 많죠. 이제는 남들의 시선보다 내 시선이 더 중요해졌기에 내 눈에 비친 나는 지금 충분히 좋은 사람인지 묻게 되는 거예요. 이 ‘괜찮다’의 의미가 점점 달라지는 걸 몸소 느껴보는 게 어쩌면 인생 아닐까요?”
[10월호 이야기]
“당신의 ‘그때’는 언제인가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