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너노트 : 유령과 놀이
유령과 놀이. 인천의 포크의 네 번째 컴필레이션 [유령놀이]는 익숙한 두 개념을 낯설게 접붙이며 시작되었다.
인천의 포크는 2018년 결성된 언더그라운드 포크 동인이다. 2018년에 동명의 컴필레이션 [인천의 포크], 2019년에
컴필레이션 [서울, 변두리], [모두의 동요]를 냈다. ‘인천’이라는 지명을 썼지만 프로젝트의 참여자를 인천으로 한정 짓지도, 음악의 내용에 인천과 관련된 무언가를 명시적으로 포함시키지도 않았다. 이 프로젝트에서의 인천이란, 굳이 비유하자면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인천과 상당히 닮았을 것이다. 주변부로서의, 마이너리티로서의, 진입하지 못하거나 진입하지 않은, 독자성과 의존성을 동시에 가진, 일관성이 없는.
‘각자의 유령을 상정하고 놀이한다.’는 구실 아래 여덞 팀의 음악가가 각각 픽션과 음악 한 토막 씩을 제작하기로 했다. 이해미 작가는 픽션을 기반으로 일러스트를 그려냈다. 이 컴필레이션에는 음악의 결과물이 담겼다. 픽션과 음악, 일러스트라는 세 가지 트랙을 병행하는 제작 방식을 통해 창작자들이 자신의 내면과 사회에 대한 관점을 은밀하게, 그러나 선명하게 드러내고자 했다.
연이어 발표될 픽션에서, 우리는 이런 이야기들을 담아냈다.
이권형은 인터넷상으로 유포되는 괴담의 형태를 빌어 죽은 강아지에 대한 슬픔을 숨기며 반복되는 포르트-다 게임(far-da game)에 대해 썼다. 박연두는 무의식의 공허 속에서 분열적 자아가 신경증의 증상으로 형상화되는 과정을 따라갔다. 해파는 부조리하게 살처분된 소 백이십삼 마리의 이름을 호명하며, 망령으로 분해 자신의 존재를 선언했다.
악어들은 시골 어느 산 중턱에 살던 기타리스트의 집에 남겨진 흔적과 기억을 따라갔다. 박영환은 단조롭게 반복되는 억겁의 시간 속에서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을 바라보는 지박령의 독백을 담았다. 파제는 인간에 대한 분노로 일을 어그러뜨리려 하지만 오히려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미련한 유령의 우화를 적었다. 단편선은 의인화된 기억 속에 분열해가는 이어폰 Alice의 이야기를, 전유동은 어떤 ‘끝’에서 만난 자연의 금기와 비루한 진실을 잠언의 형태로 담아냈다.
인천의 포크 프로젝트의 네 번째 결과물임에도, 음악적 결과물은 포크에 한정되지 않았다. 인디록, 블루스, 일렉트로닉, 앰비언트, 오래된 성가의 영향을 받은 음악들까지, 각자는 각자의 기존 작업을 넘어선 시도를 선보이기 위해 애썼다. (다른 시도를 하는 것은 컴필레이션 방식의 오래된 장점 중 하나이기도 하다.)
우리 안의 유령을 상상하기. 자신이 호명한 유령을 바라보고, 망령으로 스스로 분하고, 자신을 투영하는 거울 이미지로 삼기. [유령놀이]는 실재하는 세계의 단면을 픽션의 형태로 재구성, 현실에서 포착되지 않으나 분명히 스며들어 있는 관계성과 힘의 역학을 ‘유령’이라는 개념으로 전유한다. 인간적 시선에선 감지되지 않는 모호한 시공간에 은밀하게 숨어있던 유령들은 여덟 토막의 이야기로 여기에 남았다.
— 이권형, 단편선(음악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