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 (스테)’ [Vivid Avid Jule]
어릴 때는 누구나 꿈을 꾼다. 어렴풋이 인식한 나와 세계를 어떻게 관계 맺어가고 싶다 하는 최초의 욕망들. 올려다본 달과 나 사이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꿈과 그 어린 이의 사이에는 어떤 이물질도 없기에, 순수한 바람만이 존재한다.
어린 이는 소년이 되고 다시 어른이 되어가며 꿈을 잃는다. 더러는 안개와 먼지바람이 시야를 가리고 더러는 돌부리에 치어 넘어지는 것을 반복한다. 올려다보길 포기하고 발 아래를 살피기 급급해지는가 하면 심지어 달의 모양이 변하기도 한다.
가늘고 옅은 목소리가 담박한 드럼 위에 실린다. 익숙하지 않은 걸음처럼 희미한 목소리. 몇 번이나 반복해온, 소중히 담아온 어린 날의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이윽고 마주친 눈동자에는 그 어린 날에 올려다보았던 달이 아닌, 초췌해진 오늘의 내가 비칠 뿐이다.
의심이 생긴다. 그 날 보았던 것은 정말 달 이었을까. 어둠이 짙은 가운데 기억은 바래지고, 서늘한 것이 등줄기를 훑는다. 들리지 않는 눈빛에 의지해 이미 너무 멀리 와버린 탓이다. 찾아온 자각에 비명처럼 달리던 목소리는 끝내 잦아들고, 아픈 기타가 곡을 대신 채워나간다.
목소리는 이윽고 정신없이 멜로디를 쏟아내던 기타와 다시금 자리를 바꾸고 달려 나간다. 아픔도 각성도 새삼스럽다. 이미 수없이 반복해오던 것인 까닭이다. 이슥한 밤이면 언제나 돌이키고 마주하고 아파하며 소리 지르길, 재가 될 때까지 되풀이해왔다.
오늘의 나와 과거의 선명한 열망에 차있던 내가 지금도 같은 곳을 보고 있는지 알 수도 없지만, 가지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희미한 저것이 그날 보았던 달빛이라 여기며 깰 수 없는 밤을 영원처럼 달린다.
-글 권세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