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 미학의 가치 그리고 아름다운 음악”
레이 정 - Meili Lijang
제목은 중국 남서부에 위치한 도시 운남성의 리장이다. 그곳의 또한 따리, 샹그릴라를 여행하면서 서구에서는 접할 수 없는 고지대의 문화와 독특한 생활양식에 대한 음악적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대자연만큼 우리를 압도하는 것은 없다. 아마도 작곡가 레이 정은 이를 통해 자연과 인간, 동과 서 그리고 현대와 과거 간의 융합을 머릿속에 그렸을 것이다.
이전 그가 쓴 곡 ‘Memory of the day’나 ‘Promise’가 그렇듯 레이 정은 ‘퓨전’ 아티스트다. 서로 이질적이며 대치하고 갈등하는 요소들을 합해 화해를 이끌어내고 거기서 그만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해왔다. 아마도 이러한 크로스오버는 프랑스 파리 국립음악원에 유학할 때부터 그의 과제였을 것이다.
이번 운남성 여행을 통해서는 저 옛날, 구식, 동양의 매혹을 표현하되 그것을 거기에 가두지 않고 현대적이고 또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틀로 찾아내려고 한 것 같다. 전통을 봤으되 전통음악의 틀로 풀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더 모던하게 사운드스케이프를 구성했다. 그의 평생테마라고 할 합(合)은 종국에 아름다움으로 향한다.
타이틀곡 ‘Meili Lijang’은 너무나 아름답다. 피아노와 기타를 중심으로 여러 악기들 사용해 근래 유행하는 일렉트로닉이나 신스팝적 느낌을 떠나 간결하지만 예쁘고 쉬운 미니말(minimal) 터치를 구현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이러한 연주곡을 ‘뉴 에이지’로 수식하겠지만 그 어휘가 주는 차가움이나 반기독교적 느낌이 전혀 없다. 야니(Yanni)의 표현대로 ‘콘템포러리 인스트루멘탈’이란 규정이 차라리 더 레이 정에게 부합한다.
레이 정만의 콘템포러리 인스투루멘탈! 중간 끝났다가 다시 시작하는 구성은 그 여행지의 감흥을 배분한 듯하나 두 개의 합을 비유한 것으로 보인다. 동서 크로스오버도 숨어있다. 이 곡의 미학은 동서와 신구가 융합해있다는 인상 없이 너무도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들린다는데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평온을 제공하는 ‘생활 사운드트랙’으로 손색이 없다.
다음 곡 ‘샹그릴라-라 스카이로드’도 곡목 그대로 우리는 하늘 길로 안내한다. 아마도 레이 정은 우리에게 천국의 아우라를 선사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 곡 역시 거창하게 풀지 않고 시냇물 졸졸 흐르듯 무난하게 그러나 자세히 들으면 갖가지 숨결을 다 품은 듯 다채로운 감정 선을 하나로 집약했다. 퓨전 미학의 가치를 절감한다.
마지막 피아노곡 ‘모놀로그 캐논’은 그의 말에 따르면 ‘캐논 형식 음악으로 만든 소곡’이다. 현대인들에게 쉼과 힐링을 제공하고자 하는 소박한 음악가의 지향을 단번에 읽을 수 있다. 무겁지 않은 수준에서 사색과 명상도 가능할 것 같다. 뉴 에이지의 요소가 없지는 않다. 모처럼 아름다운 음악을 듣는다. 이제는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게 음악의 힘이다.
임진모(음악평론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