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tz (헤르츠) [망각]
누군가의 내면 속에서 자리 잡고 있는 다른 누군가에 대한 기억. 좋고 나쁨뿐만 아니라 형형색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어떤 부분은 깊은 바닷속의 바닷물처럼 짙은 남색인가 하면 어떤 부분은 잘 익은 복숭아처럼 수줍은 분홍빛을 뿜어내곤 한다. 그것들은 그림과도 같아서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기억들과 뒤섞이며 새로운 색들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기억들은 추억이 되고, 서로에 대한 이야기들은 각자의 시선이 덧씌워지며 조금씩 달라진다. 하지만 다른 기억들과 새로운 추억들이 마음속, 머릿속에 자리 잡아가면서 한때 가장 소중했던 내면 한 폭의 그림들은 점점 잊혀간다. 사랑했던 그 사람과 사랑하지 않는 사이로 되돌아가며 그 사람의 색들이 한껏 덧입혀진 나 자신을 보면, 스스로가 오랜 시간을 들여 그려놓은 부분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내가 다시 나로 돌아가며 그동안 그 사람과 함께 그려냈던 그림들을 되돌리며 다시 자신 스스로를 돌아본다. 그 후 조금 더 시간이 흘러 예전의 추억들을 되돌아보면, 변해버린 나로 인해 다시 변해버린 기억들은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우연히 찾은 그 시절의 사진을 보니 웃고 있는 그 사람의 얼굴은 낯설어져가고, 누가 내 머릿속에 이식한 기억인 듯 끼워진 부분은 덜그럭거린다. 내가 다시 나로 돌아가며 힘들게 빼낸 그 사람이 들인 물을 이제 와서 그립고 아쉬워하는 게 참 간사하다. 하지만 이제는 군데군데 빈자리가 생긴 화랑에 새로운 그림들을 걸며 좋지 못한 말솜씨지만 새로운 채워질 그림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해보려 한다. 한때는 제일 고마웠고 한때는 제일 미워했으며, 한때는 제일 사랑했던 그 사람의 한껏 작아진 기억들을 마음속에서 떠나보내며 이 글을 마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