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선 잘 알려지지 않은 스탠더드 넘버중 하나인 이 곡 I Don't Stand a Ghost of a Chance with You.
프랭크 시나트라나 빌리 홀리데이, 쳇 베이커, 엘라 피츠제럴드 같은 명창들의 보컬 버전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이 선배들의 버전에 비해 좀 더 템포와 음사이의 인터벌을 여유롭게 두고서 다른 악기의 도움 없이 오직 피아노와 듀엣을 시도한 김주환의 노래는, 음절 하나, 호흡 하나가 세밀하게 드러나 있으며 기술및 감성적인 측면 모두 내적으로 수렴되어 처연한 느낌을 자아낸다.
이렇게 절제하면서 섬세하게 목소리를 컨트롤하는 것도 사실 어렵지만 피아노 반주자가 이런 표현에 대해 수동적이지 않으면서, 또 과함 없이 적절하게 해석에 개입하고 전체에 영감을 불어넣어줄 수 있어야 하는데 일본의 피아니스트 후타미 유키는 발군의 솜씨로 김주환과 준수한 교감을 들려주고 있다.
보컬-피아노 듀오의 상호 인터플레이가 어떤 것인지 궁금한 이들에게 들려주면 좋을 곡이 아닌가 싶다.
글 / 김희준 (MMJAZZ 편집장)
듀오는 단 두 사람의 호흡이란 점에서 여백이 많은 편성이다. 여백은 어감에서 헐거운 느낌을 동반하지만 그 안에 던져진 듀오는 그 여백을 채우기 위해 남몰래 분주하다. 긴장의 이완이 듀오의 긴장에서 비롯되어야 한다는 이 야릇한 역설. 싱어 김주환과 피아니스트 유키 후타미는 빙 크로스비가 부른 뒤 수많은 재즈 음악가들이 저마다 악기와 목소리로 해석해온 고전 ‘I Don't Stand A Ghost Of A Chance With You’를 통해 그 역설(逆說)을 역설(力說)하고 있다.
가볍되 얕지 않고 릴렉스한 느낌이면서 타이트한 힘도 거느려야 하는 이 과제를 두 사람은 빌 샬랍과 샌디 스튜어트의 스타일을 오마주 하는 것으로 풀어나간다. 두 모자(母子)가 재즈 팬들을 세상에서 가장 아늑한 서정으로 이끈 그것은 배려와 관조를 통해 공존하는 방식이었다. 각자의 걸음걸이로 보폭을 맞추고 의식할 수 있을 만큼만 곁을 지키는 온기로 빌과 샌디는 곡 속에 웅크린 사랑의 열정을 다독였다.
김주환과 유키 후타미 버전의 경우 피아노가 떨구고 가는 침묵을 보컬이 어떻게 깨워 내는지, 또 보컬이 물러나고 피아노가 홀로 남겨졌을 때 자신에게 주어진 공허를 어떤 타건으로 보듬어 내는 지 귀기울여 보라. 어느 순간 빌과 샌디 모자처럼 여백의 역설 사이에서 성공적으로 공생하는 두 사람이 보일 것이다.
글 / 김성대(대중음악평론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