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닐라 스카이’를 들으면 그대들은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달콤할 것 같기도, 쌉쌀할 것 같기도. 푸를 것 같기도, 아이보리 빛이 돌 것 같기도, 한없이 탁할 것 같기도.
곡 ‘바닐라 스카이’는 open your eyes의 리메이크작인 카메론 크로우 감독의 <바닐라 스카이>라는 영화에 영감을 받아 세상에 나온 곡이다. ‘바닐라 스카이’는 작중에서도 언급되는 모네의 ‘Vanilla Sky’라고도 불리는 <아르장퇴유의 세느강>이라는 작품에서 따온 이름이다. 이 그림에 비친 하늘은 바닐라처럼 맑고 환한 하늘이 있지만, 왠지 모를 아련함이 느껴지곤 한다.
그런 영화에 빗대어 최창순은 20대 후반의 불안과 청춘을 노래한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가상의 노랫말은 그 제목의 겹겹이 중첩된 기원처럼 혼란스럽기만 하다. 누구나 그런 순간이 있다. 내가 시간을 보내는 건지, 시간이 나를 잡아먹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시간은 해가 갈수록 빨리 가는데, 남들은 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 같은데, 스스로는 발전은커녕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것만 같다. 절벽 끝에서 이대로 뛰어내릴지, 도망쳐야 하는지, 헷갈리기만 한다. 이런 고민의 무게에 비해 음악의 도입부는 한없이 경쾌하기만 하다.
‘일시 정지, 모든 게 멈췄으면 해.’
벗어나고 싶었으리라, 멈추고 싶었으리라. 그럼에도 쉼을 발판 삼아 힘차게 나아가고 싶었으리라. 위의 가삿말이 나온 후 아련하고도 진득한 기타 솔로의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그 기타 솔로는 청자를 자연스럽게 다음 혼란으로 안내한다.
하지만, 불안을 노래하는 자는 희망을 놓지 않는 자라고 했던가. 최창순의 바닐라 스카이는 어느새 20대 끝자락에 놓여 혼란스러운 청춘의 영혼을 노래하지만, 그 노랫말을 뱉는 입술에는 생기가 가득하기만 할 터. 최창순의 혼란은 ‘Vanilla Sky’를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온 순간, 삶에 대한 깊고도 순수한 열정으로 재탄생한다.
탐크루즈는 영화의 말미에서 아래와 같은 대사를 읊조린다.
‘I wanna live a real life, I don't wanna dream any longer.’
그리고 20대 끝자락의 청춘 최창순도 같은 가삿말을 읊조린다. 그리고 꿈보다 더 꿈같은 진짜 삶을 향해 힘차게 발을 내디딘다. 최창순의 힘겹고도 경쾌한 걸음마가 Vanila Sky를 듣는 모든 이들의 옅은 혼란과 함께 성장하길 기대해 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