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노트
어느 날 <특별시 사람들>의 영화음악을 제가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씨네라인-투의 대표님이 물어오셨습니다. 그 때 저는 이렇게 답하였습니다.
저 어렸을 때, 지금은 아파트 숲이 되어 없어졌지만 예전의 삼양동 산꼭대기에서 어렵게 공부하면서 마치 극 중 일남, 이남, 삼남이 3형제와 같은 고민을 겪으며 살아왔다고... 그리고 일남의 반항심, 이남의 가난에 대한 극복의지, 그리고 삼남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저도 똑같이 느끼며 살아왔다고... 이제는 그곳에 살지는 않지만 어렸을 때 대부분을 지낸 그곳. 그곳에서 느낀 수많은 삶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들 3형제의 모습과 고민을 충분히 공감하며 그 이상의 것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단순히 겉에 보이는 영화적인 모습이 아닌 가슴 깊이 담겨있는 우리들의 삶을 우려내어 이들 3형제의 모습을 통해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이들에게 <특별시 사람들>을 통해 사랑과 희망, 그리고 끈끈한 가족애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진정으로...
-음악감독 김준성-
[특별시 사람들 OST]에 부쳐서
이 작품에서 '김준성' 감독이 성취한 중요한 음악적인 성취는 스토리텔링(Storytelling)과 표제 음악(Programme music)이다. 작품 안에서 타이틀 1. 삼남의 클레멘타인, 2.종이탑.., 4. 바다로의 향해..,7. 분열.., 11. 행복한 우리집, 12, 철거반.., 15, 아버지의 눈물.., 19, 할머니의 노래.., 23. 아베마리아.., 25, 새로운 시작. 을 처음부터 순서대로 듣다 보면, 삼남이와 가족이 많은 어려움들을 헤쳐가면서 끝까지 인간의 존엄성과 미래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과정에 청중은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된다. 이 과정이 마치 비발디의 사계처럼 여름, 가을, 겨울, 봄이 각기 고유의 색깔을 띠고 전개되는데, 때로는 아름답고 진지하며 사랑스럽고, 때로는 추하고 비루하며 매우 고통스럽다. 종합해서 이것이 삶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김준성' 음악감독은 또한 이 작품을 통해서 표제음악의 단계에 들어간다. 각 음악들을 들으면, 삼남이의 뛰는 모습, 쓰레기장에서 노는 아이들, 자치회관에 모인 마을사람들의 웅성거림, 철거반의 무지막지한 폭력, 아버지의 북받치는 눈물 등이 그려진다. 청중들은 추상적인 심상을 넘어서 봄날을 깨우는 바삐 움직이는 소년의 다리 움직임, 손가락을 헤집고 들어오는 여름날의 햇살이 놀라울 정도로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귀를 넘어서 눈으로까지 넘어오는 체험을 하게 된다. 그런데 그 이후에 이어진 가을과 겨울에서는 자식들의 미래와 노모의 생사를 두고 고민하는 아버지의 고통과 마지막 보금자리까지 철거될 위기를 맞은 마을 사람들의 깊은 한숨을 느낄 수 있는 것을 보면, 굳이 표제음악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메인 테마인 03. "특별시 사람들"은 단연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곡이다. 피아노 건반으로 이루어진 단순하고 반복되는 리듬, 마치 결코 화려하진 않지만 우리의 삶은 충분히 행복하고 그래서 지속될 거야‘라고 말하는 듯하다. 사실 이것이 내가 작품을 통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 였기도 하다.
나는 특별시 사람들의 감독으로써 영화 음악의 수준이 전체 작품을 넘어섰다고 평가한다. 그것은 이후에 '김준성' 감독의 성공적인 캐리어가 증명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작품의 모든 분야 가운데 관객을 향한 감성적인 침투가 가장 깊숙했던 것을 이유로 들고 싶다.
작품을 하는 동안의 노고와 에피소드는 많지만, 한국영화를 하는 모든 이들한테 해당되는 것이고, 나로서는 감독으로써 의당 해야 하는 정도를 했을 뿐이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작품을 보여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글을 맺는다.
-감독 박철웅-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