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에 잡히던 것이 어느새 미끄러져 땅과 부닥친다.
어쩌다 운이 나쁜 날에 액정이 깨졌다.
갈라진 화면은 마치 메마른 땅과 같았다.
수리를 받기 전까진 매일을 함께 걸어야만 한다.
그렇게 매일을 같이 있다 보니 점점 익숙해져만 갔다.
깨끗한 모습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이다.
벌어진 틈 사이에서 떨어지는 유리조각이 위험해 보이지만 어쩐지 불편하지가 않았다.
난 어느새 고칠 생각이 사라졌다.
물웅덩이가 생길 만큼 비가 많이 오는 날, 난 그런 날씨를 정말 좋아한다.
그리고 너를 만나기로 한 날에 비가 내렸다. 운이 정말 좋았다.
그런데 그런 빗줄기에 발이 미끄러져 또다시 손에서 떨어트리고 말았다.
이번엔 정말 단단히 고장이 났는지 아무런 반응이 없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 해도 난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런 후회 속에 오늘도 너의 전화번호를 외운다.
MUNCHCOUCH [Binary] 2020.12.0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