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고도 - [얼굴]
처음엔 모두가 반듯한 모양이었다. 내가 태어났을 때 엄마는 어린 나이였다. 엄마는 엄마가 되는 게 처음이어서 희고 보드라운 아기의 모습일 거란 생각 속의 첫인상과 달리 빨갛고 까만 내가 못생겨서 놀랐다고 했는데 아빠는 그래도 반듯하잖아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럼 정말 처음엔 반듯했던가. 그것도 잘 모르겠는 지경이 되고서야 처음이 그리워진다.
모든 일을 그르치게 되는 순간 스쳐지나는 여럿의 때가 있다. 사랑은 원래 내 것인데 문득 놓치게 되는 걸까 애초부터 잘 할 수 없던 걸까. 무수히 많은 동그라미를 그려본다. 그리다 보면 알 수 있다. 동그라미가 가진 원형을 불러온다. 본래 누군가의 얼굴이었다는 듯 덧붙이지 않아도 선명해지는 선들이 있다. 너는 오래된 선을 남겼다. 응시하는 사이 아침으로 떠밀려가는. 눈의 눈 속에서 감각들이 지워진다. 손의 온기가 어땠는지. 어떤 날의 호흡을 좋아했는지. 이제는 무엇도 생생하지 않다고. 그러다 문득 떠오르는 것은 다만 얼굴인 것을.
이 노래는 가곡 [얼굴]에서 영감을 받아 지었습니다. 아름다운 노래를 남겨주신 선생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