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음악은 아직 슬프다.
'김도영' 첫 미니앨범 [용서]
이별의 얼떨떨함부터 좌절과 슬픔, 시간이 흘러가면서 조금씩 자신을 돌아보며 느끼는 반성, 그리고 과거의 잘못들을 용서 받고 싶은 마음에 이르기까지, 이 앨범은 모든 곡이 순차적으로 이어지며 하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사, 작곡, 편곡, 믹싱에 이르기까지 혼자서 만들기에는 충분히 버거웠을 그의 첫 앨범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에 대한 커다란 열정과 애정, 고민으로 고치고 또 고쳐가며 완성되었다.
1. "에이 설마"
경쾌한 리드 악기 소리로 첫 이야기를 시작하는 "에이 설마"는 어쩌면 이 [용서]앨범 전체를 통틀어 가장 슬픈 곡일지도 모르겠다. 밝은 멜로디가 곡 전체의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지만, 그가 하고 있는 이야기를 조용히 귀 기울여 보면, `그러지마, 나 너무 아파 죽을 것 같아.`라는 말을 하고 있는 듯하다. 그저 `거짓말... 거짓말...` 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멍하니, 텅 빈 바보가 되어 서 있는 그를 떠올리게 된다. 후반부의 피아노 솔로부터 슬픈 느낌으로 바뀌는 이 곡은, 갑작스러운 이별에 대한 그의 당황스러운,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을 잘 표현하고 있다.
2. "Insane"
제목 그대로 "Insane"은 이별 후, `제정신이 아닌` 상태를 표현한다. 이 곡의 가사는 예쁜 수식 어구로 치장되어 있는 것이 아닌, 인간이 가지는 본능과 본성에 가깝게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표현한다. 전반부에 애써 담담하게 부르던 목소리도 후반부에서는 격정적으로 움직이는 스트링과 함께 끝내 참았던 애절한 감정을 드러낸다. 이 곡은 이별, 그 경험이 사람을 얼마나 아프게 하기에, 먹고 자는 것까지 잃어버릴 만큼 힘들게 하는지, 있는 그대로 느껴볼 수 있는 곡이다.
3. "Bonjour"
앨범 전체의 유일한 연주곡인 "Bonjour"라는 곡은 사실 그가 기억하는 카페 이름이다. 화려한 연주는 아니지만 그의 진정성을 담아 직접 녹음한 이 곡은 같은 코드진행을 키를 계속 바꿔가며 연주한 것이 특징. 이로써 기나긴 외로움과 기다림 그리고 자아성찰의 시간적 흐름을 잘 표현한 곡이다.
4. "나의 다짐"
이별은 힘들고 아프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잊기 위한 노력을 한다. 다른 사람을 만난다거나, 생각이 나지 않을 만큼 열심히 일을 한다거나... 하지만 그에게는 `죽도록 사랑했던` 그녀가 쉽게 잊혀진다는게 참 서글펐나 보다. 오히려 그는 가사에서, 더욱 슬퍼하고 충분히 추억하며 잊겠다는 선택을 보여준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신선한 코드진행과 경쾌한 편곡으로 밝고 아름답게 풀어낸 작품이다.
5. "용서"
왜 그는 "에이 설마"라는 곡을 타이틀로 내걸고서, 앨범명을 [용서]로 정했을까. 오랜 시간 이 앨범을 만들며 얻은 자아성찰을 통한 깨달음을 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마지막 곡 "용서"는 자신의 찢어진 마음의 상처를 통해, 과거 자신이 찢어놓은 모든 사람들의 마음의 상처들을 깨닫고 용서를 구하는 곡이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나, 사실은 거시적이고 포괄적인 의미의 `용서`인 것이다. 음악적 감상 포인트는 두 번의 전조가 이루어지는 후반부를 추천하고 싶다. 전반부의 담담함과 다르게 "용서"의 후반부는 아름다운 멜로디와 풍부한 코러스가 오케스트라와 조화롭게 섞이면서 커다란 감동과 진한 여운을 남기고 끝을 맺는다. 이후 얼마간의 정적이 흐르고 나오는 히든트랙까지 듣고 나면, 그가 이 앨범의 음악적 완성도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밝고 명랑하며 유쾌한 성격이다. 그러나 그의 음악을 들으면 눈물이 나고, 결국 울게 되는 건 왜일까? 아마 자신도 알지 못하는, 여전히 이길 수도 없는 깊은 슬픔이 잘 전해지도록 진실하게 담아내고자 했던 ?음악적 고민과 정성이 빛을 발하는 작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박선미 (Pro-N)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