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소년이 용돈을 모아 처음으로 구입한 레코드는 '박학기'의 첫 번째 앨범이었다. '박학기', '김현철', '어떤날', '유희열'의 감성 가득한 팝과, '스팅'과 '엘튼 존'과 같은 세련된 팝에 빠지고, '블러'와 '오아시스'와 같은 브릿팝에 매료되었던 소년은, 고등학교 때 미국으로 건너가 '브라이트 아이즈'와 '라이언 아담스'와 같은 미국 인디의 세례를 받게 된다. 곡을 따라 부르며 자연스럽게 기타를 쥐게 되고, 22세 부터 곡을 만들어 주변의 친구들에게만 들려주기 시작했던 그는 10년의 세월이 지나, 32세의 늦깎이 신인으로 첫 음원을 대중 앞에 공개하게 된다.
첫 번째 트랙 "지나치게 그리워하지 않도록"은 이별 후 불현듯 찾아오는 감정의 진동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후회와 그리움과 같은 감정은 갑자기, 그리고 매우 크게 밀려오지만, 그 쓰디씀을 알기에 휩쓸리지 않으려 애쓰는 가사는 잔잔한 기타 스트러밍과 함께 호소력을 더욱 불러 일으킨다. "City Lights"는 'The Gunner'가 그가 일하고 있는 호텔 창문에서 도시의 불빛을 바라보던 중 찾아오던 감정과, 그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하나인 마이조 오타로의 단편 구절이 만나 이루어졌다. 아무런 소용이 없어 보이는 기도와 바램도, 결국 그 자체로 충분한 것이 아닌가 라는 의문은, 드림 팝 적인 요소를 갖추고 청자에게 오롯이 다가온다.
마지막 트랙 "(Here We Are) 우리에게 다가올 것들"은 이별 후에 어떠한 것들이 그들에게 찾아올 지 알면서도 이별을 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쓸쓸한 노랫말이 밝은 키보드와 어울리며, 쓰디쓴 이별을 억지로 달게 받아들이려는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서울 을지로의 한 호텔에서 호텔리어로 일하며 틈틈히 작업을 진행했던 'The Gunner'의 첫 곡 모음집은 투박하지만, 그렇기에 세련된 곡들로 넘친 현재의 음악 씬에서 빛을 발한다. 모든 곡의 작사, 작곡, 편곡은 'The Gunner' 본인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이 외에도 많은 곡들이 청자와 만날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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