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안 [이별 그리고 1년]
백지영. 2013년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발라드 가수를 꼽으라고 할 때 그녀를 떠올리는 것을 주저할만한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완벽한 음정, 안정된 테크닉, 절묘한 호흡, 절제된 감정, 치열한 내적 갈등, 그리고 마침내 터져 나오는 천년의 한, 억겁의 응어리에 이르기까지 도대체 무엇 하나 흠을 잡아 볼래야 흠을 잡을 수가 없다. 리안. 2013년 대한민국에서 가장 짠한 듣보잡 가수를 꼽으라고 할 때 그를 떠올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뭘 알아야 떠올리고 말고 할 것 아닌가. 어설픈 음정, 허접한 테크닉, 불규칙한 호흡, 과장된 감정, 산만한 곡 해석, 그리고 마침내 터져 나오는 불협화음, 지옥의 삑사리에 이르기까지 도대체 무엇 하나 흠을 잡지 않을래야 잡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 리안이 최근, 감히 백지영의 창법을 마스터했다고 떠벌리고 있어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리고 바로 그 새로운 창법으로 불렀다는 새로운 노래를 발표했다. 제목은 "이별 그리고 1년". 축축한 장맛비만큼이나 축축한 노래다. 물론 이번 곡도 편곡 백무현, 코러스 강태우, 기타 박상현 등 국내 최고의 뮤지션들이 함께 했다. 그들의 힘 때문일까, 리안 작사, 작곡임에도 불구하고 음악의 전체적인 퀄리티는 웬만하다. 또한 리안의 보컬도 그럴 듯하다. 실제 백지영 창법에 얼마나 근접했는지에 대한 평가는 후세에 맡길 일이겠고, 어찌됐든 뭔가 더 절절해진 느낌이 드는 건 맞는 듯하다. 아직도 너를 보내지 못 한 나를 용서해달라는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는 제법 전율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주룩주룩 비가 온다. 어떤 이는 비가 싫다고도 하고 또 어떤 이는 비가 좋다고도 한다. 어쨌든 싫든 좋든 비가 내리는 건 하늘의 뜻이다. 추적추적 그녀가 떠난다. 어떤 이는 그녀가 떠나는 게 싫다고도 하고 또 어떤 이는 그녀가 떠나는 게 좋다고도 한다. 어쨌든 싫든 좋든 그녀가 떠나는 건 그녀의 뜻이다. 하늘의 뜻이든 그녀의 뜻이든 거스를 수 없다면 담담히 받아들여야 한다. 빗물도 좋고 눈물도 좋다. 흘러내리는 대로 그냥 흠뻑 젖어보자. 또 그냥 그렇게 오늘 하루를 떠나보내는 거다. 빗물이 그치면 다시 햇살이 비춘다. 눈물이 마르면 다시 그녀가 온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