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담 (Jidam)’의 정규 2집 [Help Me Out]
“이번 앨범을 어떤 말로 소개하면 좋을까 한참을 생각하다 떠오른 한 마디는 바로,
’인생의 계절.’
이곳에 담긴 모든 시와 노래가 나의 인생을 담은 진심 어린 고백이기 때문이다.” - by Jidam
작곡가 겸 싱어송라이터 지담의 정규 앨범 [Help Me Out]은 그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앨범으로 작사, 작곡, 편곡, 연주, 노래 및 제작 전 과정에 참여하며 프로듀서로의 역량을 발휘했다.
박세윤, 이승하, 서용규, 이진이 등 그동안 ‘지담밴드’, ‘지담퓨전그룹’에서 지담의 음악 여정을 함께 해온 연주자들이 참여하여 Jazz Electronical Pop 등 세련미와 서정미를 갖춘 음악을 완성했다. 더불어 이태호(MiX&BLESS), 장영재(Soundmirror Korea) 등 실력파 엔지니어의 참여로 앨범의 완성도를 한층 높였다. 이태호 엔지니어는 지담이 프로듀싱한 ‘Unfold’(2019), ‘Wounded Apples’(2018)를 함께 작업하며 신뢰가 쌓인 관계로 이번 앨범의 음악적, 예술적 정체성에 기여한 파트너라 할 수 있다.
각 트랙은, 순차적으로, 겨울-가을-여름을 지나-봄을 맞이하는 ‘인생의 4계절’을 담고 있다. 수록곡에 대한 지담의 곡 소개는 리스너와 교감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자, 리스너의 몰입을 돕기 위한 그녀만의 소박한 배려이다.
1. Help Me Out
가장 아픈 삶은 희망과 꿈이 없는 삶이다.
‘세상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는’ 인생처럼 느껴질 때 조그만 행운(?)에도 쉬이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알아차리지 못하는사이, 그 행운은 삶의 깊은 부분까지 침투한다.
잠식당한 후에야 지독한 장난에 휘말린 듯 꼼짝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 숨어있던 의지가 벌떡 일어선다. 빼꼼히 내민 희망에 의지해 내가 꾸는 꿈을 향해 힘껏 손을 뻗는다. 그리고 외친다.
“Help Me Out…!”
내가 바라는 삶은 세상의 수많은 달콤한 제안과 운을 거둬내고도 충분한 인생이다.
충분히 주체적이고 행복한 인생.
그런 의미에서 이 곡은 나 자신에게 불러주는 응원가이자, 지금 이 순간 광야에 홀로 서 있는 이들에게 전하는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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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의 타이틀 곡인 ‘Help Me Out’은 Jazz Rock style의 자작곡으로 지담 특유의 진지하면서도 위트 있는 감성과 리듬감이 돋보이는 곡이다.
‘지담밴드’(박세윤, 이승하, 서용규, 이진이)의 역동적인 밴드 사운드와 개성 있는 현악 앙상블이 어우러져 유니크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구석구석 흥미롭게 쌓아 올린 양다빈의 기타 연주로 편곡의 완성도를 높였으며, 클라이맥스에서 선보이는 지담의 오묘한 스캣 라인과 감각적인 코러스는 이 곡만의 독특한 색깔을 보여준다.
이 곡은 예기치 못한 난관에 봉착한 화자가 절망의 끝에서 구원의 존재에게 구해달라고 절규하는 내용이다. 핵심 프레이즈 “Help Me Out!”은 COVID-19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의 외침이지 않을까 싶다.
“이 음악과 시가 듣는 이들의 인생을 구원할 수는 없지만, 이 노래를 통해 그들의 고통의 순간으로 걸어 들어가 함께 부르짖을 수 있길 바란다. 하나의 마음이 되어.” - by Jidam
2. Lost / 잠든 별
‘빛을 잃고 잠든 별처럼 사라진’(Lost 가사 중) 이를 그리는 이야기.
지담의 자작곡으로 사랑하는 이를 잃어버린 아픔과 ‘그 사람’을 향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 무거운 주제의 시를 Jazz-Electronical Pop 음악으로 몽환적이면서도 흥미롭게 풀어냈다.
지담의 기교를 최소화한 담백한 창법은 마치 상실의 아픔을 일상의 한 페이지로 전환하려는 듯한 인상을 준다. 화자의 아픔이 오히려 더 면밀하게 다가오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3. Breeze
소외되고 고립되어 가는 이의 마음을 어떤 말로 위로할 수 있을까.
여러 날을 고민해 꺼낸 한 마디가 준비되지 않은 상대를 외려 재촉하게 된다면 함구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난 노래한다. 재촉 대신 나를 안아줬던 노래를.
세상의 모든 무거움이 나를 누르는 것 같았던 시간, 숨을 쉬기 위해 달려간 곳은 학교 근처 강가였다. 멀기만 한 강의 끝자락을 바라보는 것은 나의 오늘이 인생의 ‘잠시’에 불과한 것임을 깨닫게 했다. 소중하지만, 얽매이지 않아도 되는 그런 날.
그리곤 강을 따라 하염없이 걸었다. 걷다 보면 마주치게 되는 바람과 꽃과 풀과 나무와 사람과 그들의 미소가 좋아서.
그 작은 하나하나가 나의 마음을 세웠다. 특히 시원한 바람이 내 볼을 스칠 때면 마치 누군가가 나를 안아주며 ‘사랑해’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이내 무거웠던 하루가 가벼워지고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그날의 허밍에 브라질의 춤 음악 Smaba(삼바)를 접목해 만든 곡이 바로 ‘Breeze’이다.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도 나는 이 노래를 부른다. 내 곁의 ‘너’를 위해서. 이 조그만 읊조림이 ‘너’를 향할 때, 이 곡에 담긴내 마음의 진심(사랑, 위로, 치유)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4. 꿈
꿈을 주제로 한 책 중 머리가 아닌 마음에 남은 작품은 “나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서진규 저)이다.
삶의 가장 낮은 곳에서 지핀 ‘희망의 등불’이 마침내 ‘희망의 증거’가 되기까지(출처: 책 표지) 곤란한 날들을 헤쳐나간 이야기.
불가능의 터널을 지난 사람만이 당당하게 맞이할 수 있는 이름, 희망. 나는 희망의 다른 이름을 꿈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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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담의 자작곡 ‘꿈’은 시린 겨울의 한 복판 같은 가혹한 시간을 지나는 이들을 위한 시다. 꽃이 만개한 봄의 ‘성취’를 말하기보다 겨울이 지나면 기필코 다가올 봄을 함께 ‘꿈꾸자’는 작가의 따뜻한 제안을 담고 있다. 이 곡의 마지막 코러스를 장식하는 윤동주 시인의 시 ‘봄’은 지담의 이야기에 한 번 더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또한 Jazz Waltz의 사뿐한 세 박자 리듬을 타고 흐르는 챔버 오케스트라의 선율은 어느 날 갑자기 코끝을 스치는 봄꽃의향기처럼 로맨틱한 순간을 선사한다.
5. LaLaLa (with 전규섭)
이 앨범의 보너스 트랙과도 같은 “LaLaLa”는 겨울-가을-여름-봄 4계절을 지나 맞이하는 제5의 계절, 즉 새 삶을 의미한다.
이 새로운 세계에서 부르게 된 ‘새 노래 - LaLaLa’는 화자의 상처와 눈물을 ‘사랑의 노래’로 바꾸어주신 분의 선물이다.
지담의 오랜 친구인 전규섭(싱어송라이터)의 기타 연주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어쿠스틱한 사운드는 지담의 섬세한 감성을더욱 돋보이게 한다. 앨범 중 가장 미니멀한 구성이지만 소리 없는 공간 사이로 꾹꾹 담아놓은 지담의 진심은 그 어느 곡보다 크게 다가온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