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레스트 (Sundayrest) [물음 - 울음 - 걸음 : 이름 - 아름 - 여름]
책은 목차와 본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목차는 설명하고, 본문은 시작한다. 우리는 [물음-울음-걸음 : 이름-아름-여름]이라는 각각의 목차를 넘긴 뒤 장마다 노래를 시작한다. 이 앨범은 우리가 지나서 온 시절에 대한 감상이다. 이유를 알 수 없이 방황하며 묻던 ‘물음’들 속에서 ‘울음’을 참으며 내디뎠던 그 ‘걸음’의 날들에 대하여, ‘이름’ 모를 한편의 시절 ‘아름다움’을 기약하며 수없이 써 내려갔던 우리의 끝없는 ‘여름’을 기대하며. 우리는 책의 목차마다 그 내용을 노래로써 내려간다. /
1. 서로 다른 미래를 꿈꾸는 커플
‘관계’는 다양한 사람들의 시간 속에서 여러 형태로 존재한다. 모두의 관계는 미래를 기약하지만, 이미 시작한 관계에서 때로는 서로의 서툰 마음에 엇나가기도 한다. 서로에 대해 많이 안다고 자만하는 순간부터, 오해와 이해 사이를 오가게 되는 건 아닐까. 현재를 다룰 때의 마음의 행복과 미래를 생각할 때의 마음의 불안은, 서로의 마음이 교차하는 순간으로부터 어쩌면 서로 다른 미래를 꿈꾸게 되게 하는 건 아닐까.
2. Audition
어느 날, 우리는 모두가 알 만한 오디션에 참가했고, 하하! 떨어졌다. 그날은 심사위원도, 관중도 없는 지하 연습실로 달려가 여러 노래를 우리만의 방식으로 즐기며, 흥겹게 음악을 만들었다. 선명한 경험이 자연스레 노래로 녹아들어 있다. 그날 밤 문득, 여전히 떠 있는 별들이 유난히도 밝아 더 이상의 증명도 위로도 그들의 반짝임과는 바꿀 수 없지 하는 생각이 스쳤다. 혹시 오디션에서 떨어질 때, 저기 희미한 별도 함께 떨어졌으려나 하는 생각과 함께.
3. New crying
‘울 것 같아 새로울 거야’로 시작하는 말장난 같은 노랫말 안에는 내일이 담겨있다. 변하지 않던 것들이 변하면 어떨까. 충분히 울고 싶고, 답답한 현실에 도망갈 곳이 없다며 투정 부려도 우리를 토닥거려주는 것은 어제의 경험으로 알아낸 내일의 새로움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잠에서 깨면 이 재미있는 꿈 이야기를 얼른 들려주고 싶다. OK Come on my youth.
4. Leiria
처음 밴드를 시작할 때 마음이 맞는 멤버를 찾기 어려웠다. 또한, 본격적으로 ‘음악을 하자’라고 마음먹었을 때는 어렴풋한 확신만이 있는 상태였다. 얕은 색의 외로움과 터져버릴 것 같은 울음을 떠안고 도착한 이곳은 포르투갈의 작은 도시 Leiria 이다. 이 작은 도시에서 자주 던진 물음들은 ‘좋아하는 일을 향한 몰입도의 정도와 즐거움의 형태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매일 숙소 앞 해변을 걸었다. 뜨는 태양과 지는 태양 사이에서 답을 찾아 움직이며, 매번 고민했다. 때론 이 모든 것들이 이미 휘어져 버린 꿈이 아닌지, 물음에 대한 대답은 얼마나 간절했는지. 태양이 이글거리는 햇빛을 받으며 쌓아둔 모래성에 몰래 두고 온 편지를 다시 돌아간대도 찾을 수 있을까.
5. Cycle
코끼리 잡기 게임을 하며 빙글빙글 돌면, 어지러워 어디로 가야 할지에 대한 방향 감각을 잃어버리게 된다. 내가 잃어버린 것은 곧바로 내 앞을 흐릿하게 만들고, 안개 속 자욱한 자국들은 비틀거렸던 나의 흔적들이며, 그사이 내가 돌보지 못한 마음들은 선명해지지 못하거나 혹은 지나치게 된다. 안개의 시대! 아직도 나는 무엇이 옳고 그런지 모르는 채 여전히 돌고 돌아간다. 아주 어쩌면, 한낮의 어지러움 속에서 이왕이면 동그란 마음으로 누구를 찌르지 않고 둥글둥글 돌아가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작은 바람과 함께.
6. 21 살기
가장 오래된 선데이레스트 노래다. 21살이어서 가능했던 수많은 공간에서의 헤엄, 친구들이 다 같이 참여한 공연장에서 노래 불렀던 기억들이 우리 21 살기의 하이라이트다. 21살에 만든 21 살기! 21세기에 살아가는 우리들, 12살 때의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고, 21년도에는 우리에게는 어떠한 일들이 펼쳐져 있을까. 늘 시간을 채우는 것에만 급급했는데 이제는 조금씩 비우는 삶을 곁들고 싶어진다. 모두의 마음속에 있는 21살기, 언젠가 저희 공연장에 오시면 여러분의 목소리로만 채운 21살기를 꼭 부탁드립니다... 언젠가는 꼭!
순서대로 장을 넘기며 들어보시면 더더욱 재미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 선데이레스트 신제 / 조하현 작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