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4월이 되니 파리에 있고 싶구나.”
언젠가 버논 듀크는 식사 중 한 친구가 했던 탄식을 떠올리며 ‘April in Paris’를 썼다. 91년 전 프레디 마틴이 불러 주목을 받은 뒤 무드 곡 정도로만 인식되던 이 곡이 재즈로서 잠재력을 펼쳐 보인 순간은 아티 쇼, 글렌 밀러, 찰리 파커, 콜맨 호킨스 같은 거물들을 통해서가 아니었다.
재즈 속에 4월의 밤꽃을 제대로 피워낸 사람은 또 다른 거물인 셀로니어스 몽크였다. 물론 호평의 이유는 몽크의 개성 만점 연주 때문이었겠지만 여기에선 그가 피아니스트였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타건과 타건 사이의 기습적인 공백, 그 공백을 순식간에 채워내는 과묵하되 과감한 프레이즈. 유키 후타미의 연주에서 나는 희미하게 몽크를 들었다.
그리고 그의 곁에 있는 김주환은 버논의 친구가 파리에서 경험한 4월의 봄에 감탄하는 곡이라는 점과 더불어 ‘April in Paris’에 담긴 알 수 없는 공허함을 이해한 감정을 노래로 풀어낸다. 가을을 닮은 그의 목소리가 봄의 쓸쓸함마저 가져가고 나니 계절의 경계는 지워지고 그 자리엔 재즈만이 남았다. 오랜 시간 내가 좋아해온 엘라와 루이의 버전과는 전혀 다른 매력, 경지를 김주환은 들려주고 있다.
글 / 김성대(대중음악평론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