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방에서 태어난다. 몸은 자라고, 방은 자라지 않는다. 바슐라르는 묻는다. ‘석질의 벽으로 된 제 감옥 속에 갇힌 조그만 달팽이가 어떻게 자랄 수 있는가?’ 자라지 않는 방을 남겨두고, 다음 방을 찾아 떠난다. 이불 밑, 옷장 안, 도서관 가장 끝 서가, 더 이상 내려갈 수 없거나 올라갈 수 없는 마지막 층계참, 종이와 글자, 스크린 아니면 픽셀 화면, 그리고 그 모든 곳에서 속삭이는 음악.
첫 번째 앨범은 타국의 방에서 홀로 만든 음악이었다. 방에서 음악을 만들었는지 음악이 방이 되어주었는지 알 수 없다. 몸, 마음과 함께 자라지 못한 방에서는 음악까지도 방이었다. 그 안에서 맴돌다 사그라지던 목소리가 다른 방의 공기를 울리기 시작할 무렵에는 집에 있던 방을 떠나 누군가의 스튜디오에서 노래했다. 방은 꿈꾸면 뭐든 되었지만, 스튜디오는 방이 되어주지 못해서, 그는 방이 없다. 다만 큰 소리로 듣고 노래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핀볼처럼, 서울의 끝에서 끝으로 오간다. 이제는 방이 되어준 그 모든 것들을 위해 진짜 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두 번째 앨범을 만든다. 무성히 자란 잡초를 깎거나 매듭을 풀듯이 지난 방의 흔적을 되짚으며(Unlearn) 방의 방황 속에서 멜로디를 만들고 노랫말을 붙인다(Release).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