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이면서도 흡입력 있는, 실리 실키의 새로운 시작! Silly Silky [Run Ya Ya]
실리 실키(Silly Silky), 들었을 때 기억에 남는 이름이다. 실리 실키라는 음악가만을 아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그가 예전에 활동했던 시간을 아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실리 실키는 예서(YESEO)라는 이름으로 한국대중음악상 후보에 오른 것은 물론, 그 다음 해인 제 16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노래 부문을 수상하며, 평단과 음악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을 여러 차례 선보인 바 있다.
이 음악가는 그게 중요하냐는 듯 올해 1월에 믹스테입 [Silly but, Silky]를 공개했다. 무려 20곡이 담겨 있는 작품은 어쩌면 이것이 실리 실키의 한 챕터임을 이야기하는 마침표 같았다. 심지어 믹스테입임에도 훌륭한 퀄리티와 넓은 스펙트럼을 지니고 있었고, 이제 실리 실키는 비로소 완전히 독립된 주체가 된 듯했다. 그것도 이름과는 다르게 꽤 많이 발칙하고 도발적인.
이제 실리 실키는 새 싱글 [Run Ya Ya]를 선보인다. 실리 실키가 오랜 시간 다져온 전자음악의 성격은 그대로인데, 어쩐지 좀 더 복합적인 요소가 담긴 하이퍼 팝에 가깝다는 인상도 있다. 곡에 있는 베이스와 리듬 역시 주목해 볼 만하다. 특히 곡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뱀처럼 움직이는 글라이딩 베이스는 존재감이 강하게 느껴진다. 여기에 세련된 전개와 미니멀한 사운드 구성안에서 만들어내는 흐름은 결코 단순하지 않으며, 그러면서도 한 가지 무드를 명확하게 끌고 간다. 과거 예서라는 이름으로 작품을 만들 때는 한 번도 쓰지 않았던 오토튠을 꺼내드는 등 음악적 구성을 시도하는 데에 있어서도 확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곡은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신스 사운드의 변주에 루시 갱(Luci Gang)의 랩이 존재감 강하게 더해졌다. 지금까지 발매했던 작품과 가장 크게 다른 점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간 다른 음악가와 협업하는 형태가 없었는데, 이제는 음악가로서를 넘어 프로듀서로서의 역량도 더 드러낼 예정이라고 한다. 편곡과 곡의 전개에 있어서 디테일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여전히 탁월하다. 여기에 곡의 형태 자체도 반복적인 구간을 두면서도 계속 변화를 주며 듣는 이를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곡은 어떤 호흡으로,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를 관찰하다 보면 순식간에 지나간다. 짧은 한 곡이지만 워낙 안에 전자음악으로서의 구성과 요소, 여러 소리가 등장했다 사라지는 과정이 탄탄하게 존재하다 보니 여러 번 감상해도 아주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다. 물론 그렇게 유심히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리듬을 타며 몸을 맡기다 보면 집 앞 골목길도 런웨이처럼 밝고 화려하게 느껴질 정도다. 우선 있는 그대로 느껴보고, 그 뒤에 천천히 한 번 더 감상해 볼 것을 권한다. 이제는 프로듀서로서, 트랙메이커로서, 그리고 보컬로서 다층적인 활동을 선보일 실리 실키를 향한 기대도 자연스레 커질 것이다. - bluc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