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 다른 우주]
모두 지나가버렸습니다. 잃어버린 기억과 함께, 멀어지는 파편들 사이로, 아득한 우주 반대편까지.
상실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잃어버림만이 나에게 남은 전부인 듯. 그는, 그들은, 나를 이루던 것들은 떠나며 내게 무엇을 남겼는지. 그리고 그 모두를 잃고도 우리는 어떻게 다시 살아가는지에 대해.
기어이 모두 곁을 떠나갑니다. 당연하지 않느냐고 말이라도 하는 듯, 너무도 쉽게 사라져 끊어집니다. 예외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은 상실하기 위해, 또 상실되기 위해 태어나고 생겨날 뿐이라 누군가 말한다고 해도, 저는 전혀 놀라지 않을 겁니다.
서서히 부식되어 끝내 바스라지고 마는 것들, 이별과 헤어짐, 의도치 않게 멀어져 어떠한 연결을 잃는 일. 그러나 저는 그것이 영영 사라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것들은 오히려 상실됨에 따라 더욱 또렷이 존재한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나에게서 떨어져 나간 것들이 모여드는 장소를 그려봅니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들은 상실의 순간을 그대로 간직한 채로, 광활하게 펼쳐진 무의 공간을 표류합니다. 멀어질 듯 가까워짐을 반복하는 무수한 형상들, 그 한 중간에 저는 떠올라있습니다. 둥근 행성 위를 거니는 동안, 현재나 과거는 서서히 의미를 잃어갑니다.
그리운 목소리와 얼굴들, 잊으려 노력했으나 도리어 선명해진 것들을 바라봅니다. 뒤로 밀려 사라진 줄 알았던 그 모든 것들은 어느새 나의 앞으로, 뒤로 헤아릴 수 없이 펼쳐집니다. 일부러 걸음을 멈추고 시간을 들여 돌아보지 않아도, 그들의 존재를 분명히 느낄 수 있습니다. 마음속으로 작게 인사를 건네봅니다. 나쁘지 않은 기분이 되어, 저는 걸음을 계속합니다.
작사: 234
작곡: 조용
편곡: 조용
노래: 권태익
글: 권태익
피아노: 조용
Midi programming: 조용
Mix: 조용
Master: 조용
Album cover: 234, 김소은(@son_graphic)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