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도 소중한, 오렌지빛 매직아워의 순간
평소 좋은 노래를, 과장되지 않은, 그저 담백한 말로 좋다고 말하길 선호한다.
그러다 가끔 어떠한 비유나 이미지를 떠오르게 하는 노래를 마주치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하웅의 신곡 '나랑 있자'는 듣는 이에게 특정한 시간과 풍경을 선사한다.
흔히 청각의 예술, 시간의 예술로 부르는 음악이기에, 그로부터 단순히 들리는 것을 넘어 무언가 보인다면, 음악가의 시간만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시간이 떠오른다면, 그 순간은 보다 특별해진다.
데뷔 싱글 이후 4년, 앞선 작업을 통해 증명했듯 하웅은 동시대적이고 다양한 R&B 어법을 이미 능숙하게 소화할 줄 아는 음악가다.
'나랑 있자'는 달콤한 멜로디, 경쾌한 미디엄 템포 리듬과 비트를 축으로, 그가 노래 속 묘사에 집중한 R&B 팝 트랙이다.
카세트테이프에서 소리를 재생하듯 로-파이한 아날로그 질감의 인트로로 출발해, 단순하고 매력적인 선율을 선명하게 반복하고, 절제된 다이내믹을 섬세한 보컬로 오간다.
바로 앞선 EP [ESCAPE]에서 크루셜스타, SUMIN 등 개성과 재능을 갖춘 음악가들과 함께했던 그의 경험과 성장이 이번 단일한 싱글 속에 이어져 있다.
'매직아워'(magic hour)는 해가 뜨거나 지는 순간, 잠시 동안 평소와 다른 색감의 하늘과 공기를 감각할 수 있는 마법 같은 시간대를 뜻한다.
'나랑 있자'의 가사는 마치 매직아워에 비유할 수 있을 법한 사랑의 시작과 고백의 순간을 따스한 오렌지빛 풍경으로 그린다.
"어서 날 바라봐 줘. 집에 가기 전 혼잣말을 연습한 건 어떡해."
첫 줄부터 이어지는 부끄러운 감정 고백은, 이들이 함께 걷게 될지도 모를 노을 지는 순간의 햇살과 밤 기운, 뜨거운 확신과 감추고 싶은 망설임의 심정을 오간다.
노래와 사람의 수만큼, 사랑을 노래하는 R&B 팝 트랙은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 늘어만 갈 거다.
무수한 사랑의 여정 속 짧고도 소중한 매직아워의 순간은, 하웅의 비전과 진화 속 이 노래에 담겨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