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연극, 뮤지컬, 인디록 등 폭넓은 예술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예술인 ‘이자람’은 10살 때 처음으로 판소리를 접한 이후, 그녀의 재능을 미리 알아본 전설적인 명인들 - 은희진, 오정숙(전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춘향가 보유자), 송순섭(현 중요무형문화재 제 5호 적벽가 보유자) 명창에게 전통 판소리 다섯 바탕을 사사했다. 서울대학교 국악과 재학 중,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우리의 판소리를 통해 담아내는 것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2007년 <사천가>를 세상에 선보였다. 본인이 직접 작/작창을 하고 소리꾼으로 1인 다역을 맡아 관객을 사로잡았던 이자람은 당시 공연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LG 아트센터에서 초연된 <억척가>로 전석 매진, 전회 기립 박수라는 판소리 작품으로서는 유례없는 성공을 거두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끊임없는 공연초청을 받으며 한국 문화계를 이끄는 젊은 예술인으로 성장해 왔다. 노벨문학상 수상가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단편과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판소리 <이방인의 노래>와 <노인과 바다>로 창작자와 퍼포머로서 또 한 번 그녀의 저력을 보여주었던 이자람은 뮤지컬 <서편제>에서 ‘송화’역으로 ‘더 뮤지컬 어워즈’와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여자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팬데믹을 겪는 동안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일상이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이자람은 ‘기록’이라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2020년 12월, 본인이 직접 만든 창작 판소리로 꾸민 [Composition I]을 필두로, 2022년에는 전통 판소리 <수궁가>의 눈대목을 담은 [이자람 트레디션 : 수궁가]를 차례로 발매하였다. 그리고 2년이 지난 2024년, 판소리 <적벽가>에서 정수로 꼽히는 대목들을 모아 전통 판소리 음반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인 [이자람 트레디션 : 적벽가] 준비하게 되었다.
판소리 <적벽가>는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적벽대전’에 대한 이야기를 판소리로 옮긴 것으로, 영웅들의 서사와 전쟁 중 상황들을 박진감 넘치게 묘사한 작품이다. 전통 판소리 다섯 바탕 중 가장 난이도가 높기로 이름난 <적벽가>를 음반으로 기록하기 위해 24년 상반기 동안 연습에 매진한 이자람은 특별히 대전무형유산 판소리고법 보유자, 박근영 고수와 협업하여 녹음작업을 마쳤다. 각고의 노력 끝에 탄생한 [이자람 트레디션 : 적벽가]의 디지털 음반에는 ‘자룡 활 쏘는 대목’으로 잘 알려진 “오강귀도”와 적벽강의 화전을 묘사한 “적벽화전” 등 총 8개의 트랙이, 그리고 바이닐로 발매되는 버전에는 총 6트랙이 수록되어 있으며, 이자람 특유의 강인하면서도 강렬한 소리를 만끽할 수 있다.
[대목 소개]
1. 남병산기풍
‘동남풍 비는 대목’으로 유명한 제갈공명이 하늘에 제를 올리는 장면으로, 주유가 조조와의 화전을 앞두고 바람의 방향이 원하는 곳이 아니라 앓아눕는 내용의 중모리와 제갈공명이 남병산에 올라가 제단을 쌓고 동남풍을 비는 자진모리, 동남풍을 얻은 후 새벽에 다시 본국으로 길 떠나는 공명을 묘사하는 중모리로 이루어져 있다.
2. 오강귀도 (자룡 활 쏘는 대목)
<적벽가>에 등장하는 두 개의 긴 자진모리 눈대목 중 하나로, ‘자룡 활쏘는 대목’으로도 유명하다. 동남풍을 얻고 사라진 공명을 쫓아가 죽이라는 주유의 명을 받고 서성과 정봉이 공명이 탄 자룡의 배를 쫓으나, 분이 난 자룡의 활에 배가 뒤집혀 실패한다. 긴 자진모리 후 자룡의 모습을 중모리로 묘사하며 장면이 마무리된다.
3. 주유 공명 군사 분발
공명을 없애지 못한 주유는 조조와의 전쟁을 준비하는데 힘을 쏟는다. 주유가 전열을 정비하고 작전을 세우고 훈련하는 모습과, 본국에 도착한 공명이 전열을 정비하고 작전을 세우는 모습이 하나의 중모리 장단 위에 묘사된다. 중모리 이후 작전에서 제외된 관우가 공명을 찾아오는 장면이 엇모리로 짜여져 있다.
4. 청도기 행차
전쟁 출사하는 관우의 대군행차 모양이 묘사된 자진모리 대목이다.
5. 조조의 호언
전쟁을 앞둔 조조가 승리를 장담하는 대목으로, 박봉술 바디는 중모리로 짜여져 있으나 송순섭 명창이 장단 구성의 다채로운 흐름을 위해 세마치로 바꾸어 작창한 대목이다.
6. 황개화선
거짓으로 계략을 꾸며 조조군에게 양초를 싣고 투항하러 오겠다 약속한 황개의 배가 조조군으로 들어오고, 그를 바라보며 조조가 기뻐하는 내용의 중모리이다.
7. 적벽화전
<적벽가>에 등장하는 두 개의 긴 자진모리 눈대목 중 두번째 대목으로, 적벽대전으로도 불리우는 눈대목이다. 적벽강의 화전 묘사, 군사들의 죽음을 연이어 묘사하는 죽고타령, 조조의 도망 내용이 들어있다. 긴 자진모리 직후 앞선 ‘오강귀도’와 동일하게 중모리 장단으로 장면을 마무리 짓는다.
8. 새타령
소리꾼들의 기량을 가늠할 수 있는 곡으로, 중모리 장단 위에 계면조로 짜여진 눈대목이다.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적벽화전에서 죽은 조조의 군사의 영혼들이 새가 되어 조조를 원망하며 여기저기서 우는 내용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