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천 가지의 조화로운 소리를 들었다.
숲 속에 몸을 기대고 앉아 있는 동안,
즐거운 생각들이 슬픈 생각을 마음에 가져다 주는
저 달콤한 분위기 속에서.
I heard a thousand blended notes,
While in a grove I sate reclined,
In that sweet mood when pleasant thoughts
Bring sad thoughts to the mind.
Luca minor가, 혹은 이 노래를 듣는 내가 아직 낭만주의의 저주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일까? 지난해 말, ‘Curse of romanticism’(낭만주의의 저주)라는 다소 도발적이고 문학적인 제목의 1집을 내놓았던 Luca minor의 신곡을 듣고,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William Wordsworth)가 봄의 풍경에서 인간의 외로움을 발견했던 시구가 문득 떠올랐다.
‘안녕 나의 날들’은 이별을 그린 차분한 왈츠 풍 노래다. 1집의 재즈-팝보다는 담백한 발라드 곡으로, 노래 전반의 뉘앙스보다는 순간순간마다 가사와 호흡이 그리는 장면을 천천히 들여다보게 된다. 이전까지 발표한 노래에서 주로 직접 노래를 만들고 불렀던 싱어송라이터 Luca minor로서가 아닌, 그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음악가 권진원의 가사, 작곡가 유태영의 곡을 받아 자신의 감성으로 소화했다. 작은 스텝이지만 조금 다른 도전을 통해 Luca minor는, 순수한 낭만 예찬가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다가오는 다음 세상을 마주하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다진다.
절대 다수의 협업, 최첨단 테크놀로지의 조력이 익숙한 현대 작업 추세와 반대로, 단출하게 세 사람의 손길이 스친 노래는 마치 한 사람이 모든 걸 소화한 듯 감미로운 조화가 깃든다. 정갈한 시 같은 가사와 고즈넉한 선율이 먼저 투명한 풍경을 그리고, 직접 악기를 연주하며 템포와 호흡 변화, 셈여림 두루 피아노와 한 몸이 된 Luca minor의 부드럽고 단단한 목소리가 곡의 서정에 색채와 생기를 부여한다.
모든 것이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 사람도, 그들의 관심과 세상 일도, 봄과 가을의 계절감까지도. 변화의 속도를 의식한 듯 가끔씩 멈춰가는 이 노래와 지난 봄의 떨림을, 완벽해 보이기만 했던 시간을, 아름다운 착각을 섬세하게 회상하는 ‘안녕 나의 날들’의 가사는 듣는 우리의 시간도 잠시 멈추게 한다. 마치 꿈 같았던 봄의 낭만이 언제 끝났을까? 어쩌면 아쉬움이 사무쳤을지도 모를 이별의 순간을 아름답게 승화한 이 노래의 시간은, 아쉬움과 슬픔 사이 따스하고 달콤한 감정의 여운을 남기며, 다음의 봄을, 또 다른 시작을 약속하게 한다.
-대중음악평론가 정병욱-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