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린 [여름이 지나고]
언젠가 마주할 이 계절의 품으로
하루 동안의 기온이 가장 높아지는 순간은 머리 위로 내리쬐는 정오의 태양이 아니라, 다시금 길어지는 그림자와 함께 뿜어져 나오는 오후 두, 세 시경 지표면의 열기로부터 시작된다. 피할 길 없는 태양 빛을 기어코 온몸으로 받아냈기에, 드넓은 대지가 품은 잔열은 도리어 해가 지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게 타오른다.
다린의 ‘여름’은 단순히 사계절의 물리적인 구분을 넘어, 허물없는 표정만으로 마주할 수밖에 없는 삶의 순간순간을 아우른다. 한낮의 땡볕을 통과하고서야 오롯한 저만의 열기를 내뿜을 수 있는 대지처럼, 삶이 준비해 놓은 시리도록 아름다운 순간들은 그렇게 두려움을 무릅쓰고 한없이 무방비한 마음을 내보이고 나서야 찾아온다. 올여름의 초입에 맞추어 발매된 네 번째 EP [serenade]를 통해 흔들리던 수많은 ‘나’와 보폭을 맞춰 함께 걷기를 선택했던 다린. 그의 발걸음은 그리하여 어느새 경쾌한 뜀걸음이 되어 눈 앞에 펼쳐진 지난한 여름, 그 따가운 햇살 속으로 기어이 몸을 맡기도록 이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사라지는 지금 속”에 온 마음을 던질 용기, “벗겨지는 표정 틈” 사이에 감춰두었던 ‘나’의 연약함을 마주할 용기를 낼 수 있는 이유는, 살갗을 스치며 아스라이 흩어질 ‘여름’의 풍경들이 언젠가는 “사랑하게 되어버린 순간"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맘속 깊숙한 곳에서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다사다난한 여름이 지나고 남겨질 흔적은 그 자체로 망설임 없이 모든 것을 끌어안고자 했던 누군가의 발자국. 숨이 차오르도록 쉼 없이 달려간다. 그 꾹꾹 눌린 발자국의 깊이로 인해 선연해지는 이 계절의 아름다움에 대한 가감 없는 기쁨을 향해서.
글 / 월로비 (포크라노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