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늪에 빠트리는 노래들이 온다”
이두헌 신작 <이두헌 Thinks> 6월 5일 발매 개시/총 12개 신곡, 리메이크곡 수록
이두헌의 새 앨범 <이두헌 Thinks>는 듣는 사람을 생각의 늪에 빠트린다. 앨범 타이틀의 동사 ‘Thinks(생각한다)’의 주어는 이두헌이지만, 노래를 듣노라면 그의 생각에 나도 빠져든다. 앨범 타이틀만 읽었을 땐 Sings(노래한다) 대신 발음이 비숫한 Thinks(생각한다)를 앞세운 레토릭 정도로 착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녹음된 열두 곡을 듣다보면 앨범 타이틀의 의미와 무게가 새롭게 다가온다.
이런 의문마저 든다. 생각의 무게를 재는 저울이 있다면, 열두 곡의 무게를 가리키는 바늘은 각각 어느 눈금에서 멈출까. 분명한 건 그 바늘이 결코 가벼운 눈금들엔 머물지 않을 거라는 사실. <이두헌 Thinks>는 이두헌의 육십 년 음악인생을 갈고 빻아 욱여넣은 듯한, 근래 보기 힘든 초중량급 시어들로 차고 넘친다. 가히 명반을 예감케 하는 역작의 연속이다. 약관 이십 세에 <새벽기차>로 ‘허전함에 무너진 가슴’을 노래하던 청년 이두헌의 시적 감수성이 인생 한 바퀴 환갑 때는 어드메쯤 가 있을까. 이 앨범이 바로 그 답이다.
<이두헌 Thinks>에서 이두헌은 한국의 톱티어 기타리스트답게 오직 어쿠스틱 기타 한 대로 열두 곡을 모두 밀어붙인다. 물론 약간의 협주들이 동반하지만, 오직 기타 한 대의 기나긴 러닝을 돕는 박수갈채들처럼 느껴진다. 마라톤 코스에 박수갈채들이 없다면 그 긴 러닝의 여정이 얼마나 삭막하겠는가. 이두헌 자작 앨범이지만 편곡, 믹싱 등 앨범 프로듀싱의 전 과정에 이두헌 음악인생의 동지들이 제 일처럼 팔 걷고 나섰다. 이두헌이 놀라고 감동할 정도로 조연들 또한 주연처럼 몰입했다. 그 진정성은 이 앨범의 음악적 완성도로 증명된다.
열두 곡 모두 저마다 잉태된 사연을 지녔지만 <그대와 함께 걷다 보니>는 유별나다. 앨범이 발표되기 전부터 ‘제대로 들은 사람은 눈물 흘리지 않을 수 없다’는 입소문이 난 곡이다. 평소 알고 지내던 어느 90대 노인이 세상을 떠나면서 혼자 남겨진 70대 부인에게 못 다 전한 말을 남기려고 이두헌의 꿈에 나타났다. 생생한 꿈에서 깬 이두헌은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깊은 밤에 바로 오선지를 꺼내들어야 했다.
<부탁>은 이두헌식 낭만과 비감이 교차하는, 마치 녹턴과 레퀴엠의 조합 같다. ‘이두헌식 낭만과 비감’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이 곡은 그 어떤 한국 가요계 선배들의 작품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비장하다. 바이올린 선율과 바통 터치하는 기타 리듬. 이 리듬과 함께 등장하는 ‘날카로운 유리조각 하나가 내 심장에 박혀 있던 시간이...’ 같은 격한 가사가 감상자의 심장에도 저릿한 조각 하나를 박고 시작한다.
1980년대 록밴드 다섯손가락 시절에 출생했으나 금지곡의 수모를 겪은 이두헌의 록넘버 <서울은> <전자오락실에서> <어려운 세상>도 어쿠스틱 버전으로 재해석돼 이번 앨범에 합류했다. 이 록넘버들은 <새벽기차>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풍선> <사랑할 순 없는지> <이층에서 본 거리>처럼 숱한 대중적 사랑을 받은 이두헌의 히트곡들과는 또 다른, 다섯손가락 명성에 걸맞지 않는 언더그라운드 곡들이었다. 오직 다섯손가락 골수팬들만이 앞선 히트곡들 이상으로 아껴 들으며 이두헌의 영혼에 공감하던 명곡들이다.
이번 앨범의 첫곡 <나는 나이기에 아름다운 것>부터 <오래된 사진기> <커피를 부르는 오후 4시> <두 개의 시계> 등은 무겁지 않다. 청량하거나 발랄하지만 여기에도 삶과 사물의 이면을 통찰하는 이두헌의 시적 감수성이 녹아있기는 마찬가지다. 열 달 묵어야 새 생명으로 태어나듯, 삶에 녹아들어야 세상과 만나게 되는 이두헌 곡의 법칙에는 예외가 없다. <한대수> <안개꽃> <미안해요, 용서해요, 고마워요, 사랑해요> 같은 곡들도 그렇다. 앨범의 열두 곡 중 어떤 노래가 내 심금을 더 울릴지 장담할 수 없다.
이두헌의 이번 앨범을 듣노라면 이미 익숙한 마이너코드의 감성에 친근감을 느끼면서도 더 깊어진 사유의 심연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생각이 일으키는 문제는 양이 아니라 질의 문제다. 가벼운 생각들로 넘쳐나는 세상이다.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 물리고 지친 영혼들이라면 함께 이 앨범 열두 곡의 세례를 받자. 그대들 상한 심령이 어느 샌가 고요한 열반의 바다에 와 있으리라.
■사무엘 소(작가/전 시사저널 기자)
Producer 이두헌 | Recording and Mixing Studio Vibe, Rui, Velvet, 책가옥 | Recording Engineer 이정형 김영식 하정수 오현석 김경태 | Mixing Engineer 이정형 김영식 하정수 | Mastering Engineer 전 훈 at SONICKOREA (Assist.신수민) | Design 윤정확 | Photo 임범식 김두술 | Caligraphy 최태웅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