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효용은 다양하지만 때때로 사람의 목소리로 직접 부르는 ‘노래의 효용’은 보다 단순하게 여겨질 때가 있다. 그저 다른 누군가가 훌륭하게 ‘다시’ 부르는 것만으로 그것이 새로운 감흥을 전하기도 하는 까닭이다. 김주환은 재즈 스탠더드에 대한 애정과 존중을 오랜 시간 몸으로 보여왔다. 그가 최근 유키 후타미와 함께한다고 했을 때 이유나 배경을 굳이 궁금해하지 않았다. 일찍이 클래식과 재즈를 모두 거치며 완성한 후타미의 테크닉과 전통에 대한 이해는 김주환의 지향, 재즈의 익숙한 가치를 실현함에 있어 더할 나위 없는 협업이었다.
‘Willow Weep For Me’는 작곡 당시 틴 팬 앨리 곡에 드물었던 꽤 까다로운 리듬과 여성 작곡가(Ann Ronell)의 성공을 이끈 곡이라는 점이 주목받은 곡이다. 김주환과 후타미의 이 노래는 국내에 유니크한 남성 보컬 버전으로서 팝이나 재즈 스윙, 혹은 블루스로도 만끽할 수 있는 노래의 효용을 충실히 발휘한다. 자연을 끌어들여 슬픔을 표현하는 시대를 관통하는 가사와 함께, 원곡을 존중하는 중에도 드러나는 김주환 목소리의 개성, 처연하면서도 절대 과도하게 눌러 붙지 않는 두 연주자의 세심한 감성이 매력이다.
글 / 정병욱(대중음악평론가)
1908년생인 앤 로넬은 대학(래드클리프 칼리지) 신문사 기자 시절 조지 거슈윈을 인터뷰 하고, 그 거슈윈으로부터 리허설 피아니스트 기회를 얻은 뒤 브로드웨이 연극계에 입문하며 작사/작곡가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Willow Weep for Me’는 그런 앤이 데뷔곡 ‘Baby’s Birthday Party‘를 쓰고 2년 뒤 발표한 곡으로, 테드 피오 리토와 폴 화이트맨이 각각 1932년 10월과 11월에 발표한 이래 많은 재즈, 팝계 음악가들이 사랑해온 스탠더드다. 특히 재즈 쪽에선 루이 암스트롱, 사라 본, 아트 테이텀의 버전이 유명하다.
앤 로넬이 대학 교내에 있던 ‘사랑스러운 버드나무’에 감탄해 썼다는 이 곡은 그러나 “사랑은 죄라고 바람에 속삭이는” 실연의 사연을 담아 전혀 다른 맥락의 비탄으로 몸을 숙이며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Willow Weep for Me’는 발표 당시 지금으로선 납득하기 힘든 세 가지 이유로 출판이 지연됐다고 하는데, 하나는 방송 및 음반/악보 판매 등 상업성을 전제로 만든 곡으로선 이례적으로 구성이 복잡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여성이 작곡했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은 이 곡이 앤의 우상인 조지 거슈인에게 헌정됐기 때문이다(당시만 해도 ‘헌정 곡’은 업계에서 저어하던 문화였다고 한다.) 그렇게 시대와 업계의 난제들이 고스란히 반영된 이유들로 더디게 진행된 공식 발표는 이 곡의 출판을 처음 시도한 사울 본스타인이 어빙 벌린에게 넘기면서 비로소 실현될 수 있었다.
김주환과 유키 후타미는 저러한 사연을 가진 곡을 ‘따로 또 같이’라는 재즈의 건강한 형식을 담보로 천천히 길들여 나간다. 가령 살얼음판 같은 싱어의 감정선과 그 위를 까치발로 걷는 피아니스트의 대담한 프레이즈가 이 곡의 최초 출판을 늦춘 그 복잡한 구성을 편안한 감상의 대상으로 탈바꿈 시키는 것이다. 제목부터 가사, 무드까지 온통 슬픔으로 젖어있던 곡이 그런 두 사람의 해석을 딛고 위안이라는 온돌로 거듭난다. 마지막 페이드아웃은 그 따뜻함을 놓치기 싫은 청자를 위한 기술적 배려가 틀림없다.
글 / 김성대(대중음악평론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