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월간 윤종신] 8월호 ‘가까스로’
2024 [월간 윤종신] 8월호 ‘가까스로’는 모든 게 수월하지 않음에도 간신히 버티며 조금씩 나아가는 삶의 방식을 표현한 곡이다. 한두 번 잘 되었던 기억으로 겨우 버티는 나날과 또다시 실패 내지는 미완성에 그치는 나날. 술술 풀리던 날이 찰나였음을 실감하는 나날과 그럼에도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하지 않는 나날. 그런 나날이 모이고 또 모여 구체화된 ‘가까스로’의 단면들이 이번 곡에 담겼다. 어느덧 윤종신의 여름 콤비로 자리매김한 송성경이 공동 작곡과 편곡으로 참여했고, 유난히 차분하고 가라앉았던 2024년 [월간 윤종신]의 여름을 완성했다.
“어느 날 문득 ’가까스로’라는 부사가 마음에 탁 걸리더라고요. 일상에서 자주 쓰는 말은 아닌데 어쩐지 대다수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지 않나, 이보다 더 우리네 삶의 양상을 잘 담고 있는 말은 없지 않나 싶었죠. 비슷한 뜻을 가진 다른 언어들도 여럿 있지만, 이 단어가 주는 특유의 어감이랄까요, 받침도 없고 된소리도 섞여 있어서 간신히 살아가는 느낌이 보여주는 단어는 흔치 않죠. 요즘 흔히들 ‘존버’라고 하잖아요. 이제는 누구나 각자의 자리에서 ‘존버’를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살아갈 수가 없는 세상이 된 것 같고, 인생이 마냥 행복하고 잘 풀리는 시기는 점점 더 짧아지고 희귀해지는 것 같아요.”
윤종신은 이번 곡 작업을 하면서 잔뜩 뒤엉킨 실타래를 자주 떠올렸다. 우리의 삶이 죽을 때까지도 다 풀러낼 수 없는 실타래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어쩌면 산다는 건 실타래를 이리저리 굴리며 실끝을 찾는 일이 아닐지, 그렇게 어쩌다 찾은 실끝을 바늘에 꿸 수 있을 만큼만 간신히 풀어보는 일이 아닐지, 그 잠깐의 풀리는 순간을 위해, 그 잠깐의 반짝임을 위해 너무 많은 희생과 고통을 감수하며 ‘가까스로’ 살아가고 있는 게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은 또 아닐지. 그는 ‘가까스로’가 자신의 요즘과 더불어 주변 사람들의 요즘을 말해주고 있는 단어라고 생각핬고, 동시에 많은 리스너들이 이번 가사를 보며 자신의 삶을 포개어볼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물론 실끝을 찾는 게 이상하리만큼 손쉬운 날도 있을 거예요. 실타래 상태가 제법 느슨해서 별 힘을 들이지 않고도 술술 풀리는 그런 날이요. 하지만 그렇게 풀어내다보면 실타래는 다시 타이트해지잖아요. 오히려 풀어내기 전보다 훨씬 더 많이 꼬이고 뭉쳐서 가위로 끊어내지 않고서는 다시 쓸 수 없는 그런 상태가 되어버리기도 하고요. 때로는 실끝을 아예 찾지 못해서 손을 놓은 채로 멍하니 있는 날도 있을 테고, 때로는 열심히 풀어서 한쪽에 모아둔 실이 제 멋대로 다시 엉켜버린 걸 발견하게 되는 날도 있을 거예요. 우린 모두 그렇게 가까스로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요. 각자 주어진 실타래를 어떻게든 풀어보려고 노력하면서.”
[8월호 이야기]
“가까스로 살면서 무난한 척.”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