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본령은 스탠더드 레퍼토리에 충실한 재즈 보컬리스트이지만 김주환에겐 유년시절부터 심취해온 올드 팝, R&B에 대한 잔향과 더불어 아련한 로망이 여전히 지금도 자리잡고 있다. 과하지 않으면서 섬세하게 떨리는 그의 고음부 비브라토와 유려한 미성은 이를 가늠하게 해주는 요인. 그에게 조지 마이클과 더불어 큰 영향을 미친 미국의 걸출한 팝, R&B 듀오 홀 & 오츠의 75년도 명곡 Sara Smile 를 다시 부르는 것은 자신의 오랜 취향을 상기시켜주는 작업이 아닐까?
지난 번 You Have Been Loved 와 마찬가지로 원곡의 템포와 무드를 가급적 바꾸지 않은 가운데, 보컬 코러스와 기타 대신 트럼펫과 피아노 솔로가 포함되어 사운드에 약간의 변화를 주고 있는 가운데 김주환의 보컬을 포함한 밴드의 연주는 원곡의 애틋한 감정을 잘 재현해내고 있다. 어느 장르의 음악가이건 무릇 자신의 감성이 형성되는 과정에 각자만의 히스토리가 있게 마련! 김주환에게 오래전부터 체득된, 과하지 않으면서 감성의 깊이가 뚜렷한 예전의 R&B 음악은 재즈만큼이나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글 / 김희준 (MMJAZZ 편집장)
“가수의 본질은 노래하는 거죠.”
긴 시간 꾸준히 자신의 노래로 타인의 노래를 비평해온 김주환. 그가 이번에 바라본 아이콘은 홀 앤 오츠다. 홀 앤 오츠는 록과 솔(soul)의 접목을 세상에서 가장 멋있게(그리고 맛있게) 해낸 것으로 평가되는 듀오로, 김주환은 그들의 많은 명곡들 중 75년작 ‘Daryl Hall & John Oates’에 수록된 ‘Sara Smile’을 골랐다. 홀 앤 오츠를 알앤비/솔 역사에서도 소홀히 다뤄선 안 되는 이유를 들려주는 곡이다.
일단 편곡자가 피아노와 오르간을 맡고 있으니 김주환 버전의 편곡 방향은 자연스레 건반 악기들이 강조된 모양새다. 특히 후반부 베이스/드럼의 신사적인 리듬 파트와 속삭이는 오르간 사이를 차분하게 돌파하는 피아노 솔로는 일품이다. 물론 피아니스트 오윤희는 원곡의 인트로를 장식한 일렉트릭 기타 대신 넣은 트럼펫을 원곡에는 없는 간주에도 배치하며 편곡가로서 역할도 잊지 않고 있다.
김주환은 김주환대로 이 유명한 곡에 자신의 해석을 얹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꽤 오랜 시간 템포와 키를 정하는데 공을 들였고(템포는 부드럽게 쪼개고 키는 느긋하게 내렸다), 사운드는 도회적 세련미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차분함과 경쾌함을 넘나드는 대릴 홀의 창법은 세심한 강약 조절로 조각했는데, 그 과정은 마치 ‘떠나려면 떠나, 하지만 남아줄 순 없을까’라는 이율배반적 감정을 담은 가사처럼 한 달 여간 김주환을 괴롭힌 것으로 보인다. 그는 원작에서 곡 전환을 책임진 팔세토 백킹 보컬과 곡을 절정에 데려다 놓은 스트링 섹션을 보컬의 힘으로만 치고 나가는 방법을 택하며 그 지난했을 고민의 사슬을 떨쳐내고 있다. 과연 프로듀싱과 믹싱, 마스터링을 보컬리스트 스스로 맡지 않을 수가 없었을 일이다.
혹자는 홀 앤 오츠의 80년작 ‘Voices’를 두고 “록과 솔, 뉴웨이브의 완벽한 결혼”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빌려와 김주환이 해석한 ‘Sara Smile’을 솔과 팝, 재즈의 완벽한 결혼이라고 하겠다.
글 / 김성대 (대중음악평론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