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호
Dear Forest
첼로의 숲
예전에 썼던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일이 많아졌다. 과거의 추억에 잠겨있는 일이 썩 유쾌하지만은 않은데 이제 제법 나이도 들었고, 지난날의 기록들이 때로는 길잡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한 뒤에는 감상에 빠지는 일에 겁을 내지 않게 됐다. 책을 읽을 때도 그렇지만 나의 일기장의 내용들도 언제나 멜로디가 함께 따라온다. 그 중에는 원래 알고 있던 음악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는데 후자의 경우 순간 떠오르고 잊혀지는 신기루라 틈틈이 멜로디의 움직임을 기록하게 됐다. <Dear.Forest>에 담긴 총 다섯 개의 자작곡은 나의 이야기 속에서 피어난 기록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사실적인 내용이 담긴 곡도 있고, 한발 더 나아가 또 다른 상상의 이야기로 만들어진 곡도 있다.
<Dear.Forest>의 내용들이 나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기록이 된다면 좋겠다.
음악을 통해 여러분의 생각 주머니가 더욱 가득해지길 바라며.
TRACK LIST
01. 별을 보게 되는 순간을 사랑합니다
02. 지금, 만나
03. 고양이 다락방
04. 첼로의 숲 (타이틀)
05. 윤슬
TRACK INFORMATION
01 별을 보게 되는 순간을 사랑합니다
Composed by 홍진호, Arranged by 최문석
Cello 홍진호
Piano 최문석
Bass 김유성
Guitar 소상규
Drum 렉토루즈
저 별들 좀 봐. 하며 순간의 정적.
반짝이는 별들이 쏟아질 것만 같은 깨끗한 밤하늘에 적당히 시원한 바람이 분다.
이런 순간이 준비된 선물인 마냥 나와 너 모두가 부자라도 된 기분이다.
그러고 보니 밤하늘의 별을 보았던 지난 순간들이 기억 속에 차곡차곡 쌓여있다. 간직하고 있다.
허공에 별 따라 그어 보는 북두칠성과 가장 반짝이는 별이 금성이라는 것 정도만 알지만 벅차게 아름다운 이 순간이 사라질까 조마조마했다. 언제나 지금이면 좋겠다. 오늘도 그렇게 흩어질 별들을 하나씩 서로에게 담아본다.
02 지금, 만나
Composed by 홍진호 , Arranged by 최문석
Cello 홍진호
Piano 최문석
Bass 김유성
Guitar 소상규
두근두근,
기분 좋은 두근거림.
너의 전화를 받고, 언제 볼까 하는 물음에 ‘지금 만나자’는 너의 대답.
만나면 무슨 얘기부터 할까?
어떤 표정을 지어야 자연스러울까?
그냥 보자마자 환하게 웃을 것 같아 우리 서로.
03 고양이 다락방
Composed by 홍진호 , Arranged by 최문석
Cello 홍진호
Piano 최문석
Bass 김유성
다락방으로 올라가는 계단도 설치하다보니 자연스레 베티와 오복이가 놀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수직 공간이 많을수록 좋다는 고양이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놀이터가 또 있을까? 나보다 높은 시야에서 불만을 토로하기 위해 올라가는 용도로 더 많이 사용되는 공간이 돼 버렸지만…
어렸을 때 집 바로 뒤 동산에 나만의 아지트를 만들어 가장 가까운 친구 몇몇만 초대해 놀았던 기억이 있다. 큰 바위들 틈에 생긴 공간에 아끼는 물건들을 가득 채워놓고는 불타는 모험심에 스스로에게 취해있었다. 형이 하와이에서 사다 준 레고 해적선을 가운데 떡하니 놓고는 무슨 의식이라도 치르듯 친구들과 삥 둘러앉아 키득거리며 보냈던 그 공간.
친구들의 고양이 다락방 이야기가 궁금하다.
04 첼로의 숲
Composed by 홍진호, Arranged by 최문석
Cello 홍진호
Piano 최문석
Bass 김유성
Guitar 소상규
Drum 렉토루즈
백사실 계곡.
둘이 갔지만 따로 걸었고 따로 내려왔다.
나는 첼리스트가 될 거야
난 미샤 마이스키 아저씨처럼 멋진 옷을 입고 향기를 뿜어내는 그런 연주자가 될 거야.
언젠가는 수많은 악단들과 함께 연주를 하게 되겠지
라고 상상하곤 했다.
흙냄새가 난다. 그러고 보니 나의 첫 레슨실에서 났던 그 냄새랑 비슷하다. 비에 젖은 흙과 나무가 숨 쉴 때 나는 그런 냄새. 선생님 방에는 송진이 항상 보면대 위에 놓여 있었는데 그보다 선생님 옷깃에 늘 묻어 있던 송진 가루가 움직일 때마다 내 코끝을 자극했다. “자, 이제 줄을 그어 볼까?” “라— 레—- 솔—- 도” “도,, 도,, 도,,” 늘 도가 바보 같은 소리가 났다. 제일 굵은 줄이 풀려 너덜너덜해지면 풍선이 바람을 내뱉을 때처럼 “푸르르르르르.” 그 소리에 박장대소하며 웃는다.
숨 쉴 때마다 흙냄새가 더욱 진해진다. 바닥에는 도롱뇽이 지나다녀 조심히 걸어야 한다. 조금씩 내리는 빗소리가 숲에서 화음으로 울려 퍼진다. 아무도 없는 백사실 길은 그렇게 소리로 가득하다. 숲이 만들어 내는 소리로 귀가 바쁘다.
“우리 마주 보고 연주해 볼까? 이 곡은 굉장히 슬픈 곡이야. 나중에 네가 성인이 되면 이 음악에 숨겨진 이야기를 알려 줄게. 그렇지만 지금은 악보대로 천천히 연주하면 돼.” “레 레—레, 도#—도#도#, 레 레—레, 미—미미”
너무 가슴이 아팠다. 마음이 아팠다기 보다 정말 가슴이 저려왔다.
참회와 용서의 음악이었다. 내가 선생님과 마주하며 연주했던 ‘La Folia’
“레 레—레, 도#—도#도#, 레 레—레, 미—미미”
흙이 젖어 다리 사이에 첼로를 끼고 연주를 시작한다.
흙냄새가 난다.
내려가는 길이 미끄럽다. 비에 젖은 나뭇잎에 하마터면 첼로도 나도 자빠질 뻔했다. 또 보자.
백사실 계곡.
혼자 내려왔다.
05 윤슬
Composed by 홍진호 , Arranged by 최문석
Cello 홍진호
Piano 최문석
Bass 김유성
Guitar 소상규
Drum 렉토루즈
소리 들려?
저 멀리 오래된 교회에서 울리는 종소리가 강가까지 울려 퍼진다. 바람이 차갑게 부는구나. 오늘이 마지막 날이야. 아 아름다웠던 시절.
훗날 아름다웠던 청춘을 이야기한다면 바로 이 순간일 거야.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줘. 꼭 다시 올게. 내가 문을 열고 들어서면 한 명씩 차례로 인사해 줘.
슬프게 반짝이는 물 위에 별들이여.
CREDITs
All composed by Jinho Hong (홍진호)
All arranged by Choi Moonseok (최문석)
Cello 홍진호 Jinho Hong
Piano 최문석 Choi Moon seok
Bass 김유성 Kim Yoo seong
Guitar 소상규 So Sang kyu
Drum 렉토 루즈 Recto Luz
Music Producer :Choi Moonseok(최문석)
Recorded at KT&G 상상마당 춘천 LIVE STUDIO
Recording& Mixing Engineer: Lee Dong Hee (이동희)
Mastering : Yoon Jeong O(윤정오)
Production &Artist Management:
Wonder Kangwon Lee (이강원) @ A&R Collective
Yoonkyung Seo (서윤경) @ A&R Collective
Jihyun Kim(김지현) @ A&R Collective
Artwork Design : Hyunseok Ki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