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10년 넘게 달리기를 해왔다고 한다. 그가 그렇게 꾸준히 해온 건 달리기만은 아니었다. 그는 노래 만들기 또한 멈추지 않았다. 비록 세상에 공개되지 않았을 뿐 꾸준하게 곡을 만들고 자신만의 공간에 노래를 쌓아갔다. 1993년 제5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금상 수상자 김석준. 1999년 하나음악 컴필레이션 앨범 [New Face]에 노래 두 곡을 제공하고 그는 오랜 침묵의 시간을 가졌다.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로부턴 27년, [New Face]로부턴 21년이 지난 2020년이 돼서야 자신의 음반 [나의 이름은]과 [20세기 소년]을 동시에 공개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또 다른 앨범 [30]이 나왔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활동이 멈춰있었던 것도 아니다. 꾸준히 싱글을 발표해왔다. 멈추지 않고 꾸준히 만들어온 노래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에게 음악을 만드는 건 일상을 기록하는 것과 같았다. 그저 달리기를 하듯 멈추지 않고 곡을 만들었다. 공감의 언어로 삶과 일상을 기록했다. [30]에도 여전히 그가 느낀 감정들이 새로운 목소리를 통해 듣는 이에게 전달되고 공명할 것이다.
자신의 목소리를 수줍어하는 김석준은 대부분의 노래를 다른 이에게 부르게 하고 창작자의 역할에 집중했다. 이규호와 한동준 같은 친숙한 이름도 있고, 예린과 유누, 니나유처럼 새로운 이름도 있다. 김석준의 음악에 파격이나 혁신 같은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는 그저 자신이 오랜 시간 좋아해온 음악들을 자양분 삼아 김석준만이 쓸 수 있는 언어와 호흡과 멜로디로 음악을 만들었다. 그리고 여기에 어울리는 목소리를 찾아 노래를 입혔다. 같은 작곡가의 음악임에도 각각의 목소리에 따라 그 음악들이 다르게 들리는 건 이 앨범을 듣는 재미 가운데 하나다.
타이틀곡 ‘다시 시작해’에서 노래한 유누는 얼굴도 목소리도 모른 채 김정렬의 추천으로 작업했다. 그저 노래만을 만들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던 김석준에게 전해준 지인들의 위로를 노래로 표현한 ‘다시 시작해’에서 유누의 목소리는 ‘발견’이란 표현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신선한 기운을 갖고 있다. 이규호의 목소리도, 한동준의 목소리도, 재즈 트리오 ‘오늘’의 목소리와 연주도 각각의 노래가 품고 있는 사연을 더 깊게 해준다. 김석준은 ‘Home’에서 유일하게 목소리를 (그마저도 짧게) 들려준다. 물론 다른 가수들의 목소리를 빌려 들려주는 노래들은 각각의 새로운 느낌을 주지만, ‘Home’에서 들려주는 그 독특한 감성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김석준의 노래, 그리고 노래 한 번 제대로 해본 적 없는 ‘동네 사람’ 민경대가 부른 ‘고백’에서의 떨림과 울림은 좋은 노래란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준다.
‘고백’의 도입부에 들리는 이유신의 플루겔혼 연주는 단번에 노래를 집중케 하는 힘이 있다. 이어지는 ‘아마추어’ 보컬은 노래에 더 귀 기울이게 한다. 종교의 경건함을 표현하고 싶었던 김석준의 구상을 이처럼 구체화시켜준 건 그의 오랜 친구이자 음악 동료들인 김정렬과 박용준이다. 이들은 지난 음반 [20세기 소년]과 [나의 이름은]에 옷을 입혀준 고마운 존재들이다.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상을 받은 이후부터 꾸준히 교류해온 하나음악(푸른곰팡이) 식구들은 여전히 (겸손하고 자신없어하는) 김석준의 음악을 든든히 지원해준다.
여기에 조동익이란 이름은 무게감을 한층 더해준다. 조동익은 여러 곡에서 편곡과 연주는 물론이고 믹싱과 마스터링까지 책임졌다. 조동익과 김정렬, 박용준 그리고 노래를 불러준 한동준과 이규호, 또한 오랜만에 모습을 보인 과거 하나음악과 조동익 밴드의 드러머로 활동해온 김영석의 연주는 앨범을 반갑고 여전히 궁금한 동창회의 현장으로 만들어준다. 여기에 함춘호, 신석철, 김준오, 이성렬, 김태수 등 베테랑 연주자들의 참여는 김석준이 지향하는 팝의 세계를 더 넓고 깊게 해준다.
[30]에선 수많은 만남이 이루어졌다. 조동익이나 김영석처럼 반가운 이들과의 만남이 있었고, 유누, 예린과 같은 젊은 보컬리스트와의 새로운 만남도 있었다. 실제 만남이 아닌 메신저와 이메일을 통해서 이루어진 만남과 작업이었지만 그 ‘무선’의 만남 속에서도 따뜻함이란 감정은 고스란히 존재했다. 30이란 숫자의 변화만큼이나 세상은 많이 변했다. 얼굴을 보지 않고도 함께 작업할 수 있는 세상이 됐지만, 30년이란 시간 동안 김석준의 음악이 품고 있는 고유의 정서는 더 깊어졌다. 30년이란 우정의 햇수 역시 더 짙어졌다. 시간이 줄 수 있는 감성과 정서가 이 앨범 안에 있다. (김학선/대중음악평론가)
Words & Music: 김석준
Directing: 조동익, 김정렬, 박용준, 김준오, 김태수
CD Distribution: PostMusic
Online Channel: 버스킹티비(주)
CD Artwork & Design: studio w. lily
Produced by: 김석준
This Album Is Dedicated To My Dear Friend, 김정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