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섬’ 바깥의 어둠 사이로 슬쩍슬쩍 모습을 드러내던 다른 세계가 마음을 설레게 했던 거지. 안개가 쓰인 섬에서 안정을 느끼기도, 불안에 잠식되기도 했는데, 너는 뭔가 더 다른 마음이 있을 거라 생각했지. 섬에서 나타나 너의 이름이 ‘섬’이 된 것도 사실은 불쾌했지. 너는 조금 더 옛날에 안개섬에서 일어난 일을 모두 겪었으니까, 잠시 걷다가 만난 이가 너에게 이름을 지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어. 하지만 섬아, 그때 너의 눈빛은 불안을 감싸안은 듯 너그러웠고 너의 울상은 안정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듯 보였어.”_〈Burn, Pick Up : 태울 수 있다면 태워서 떠나고 싶습니다〉, 김이태
[Flat Graves]는 사고가 일어난 것처럼 다가와, 기어코 우리 안에 평평한 무덤처럼 자리 잡은 존재들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한다. 들썩거리는 무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고 싶거나, 평평한 무덤 속을 파헤쳐 그것의 정체를 밝히고 싶은 이야기. 〈Burn, Pick Up : 태울 수 있다면 태워서 떠나고 싶습니다〉는 김이태가 쓰고, 승비가 영상으로 담고, 장명선이 [Flat Graves]로 참여했다.
[Flat Graves]는 바다에서 쫓겨난 ‘뺏긴숨’을 진정시키며, 아무도 읽지 못하는 언어로 칼럼을 쓰는 ‘던진글’에게 용기가 된다. ‘곰’ 입안 생채기에 머무른 채 잠든 ‘섬’에게, ‘미닝’이 잃어버린 어떤 기능들. 회신을 바라지 않고 쓴 편지. 존재를 숨기기도 하고, 존재가 숨겨지기도 하는. 찢어지는 세계와 붙어 있는 캐릭터 곰, 미닝, 뺏긴숨, 던진글, 굼, 친구, 호롱, 소파, 기존, 기대의 시민들과 장명선의 소리가 공명한다.
글_CUH(김이태, 승비)
<크레딧>
기획 : CUH(김이태, 승비)
작곡, 편곡, 믹스, 마스터링 : 장명선
앨범자켓 : CUH(김이태, 승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