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VE 탄생의 프리퀄
과거와 현재가 만난 [Say My Name]
지난 7월 발표한 첫 싱글 ‘Venom’은 록밴드 KAVE(가호/Gaho/보컬, 케키누/Kekinu/드럼, 지상/Jisang/기타, 현/Hyun/피아노/키보드, 오너/Ownr/키보드/DJ)를 알리는 프롤로그였다. 인간의 내면에 있는 또 다른 자아를 강조하며 새로운 시작을 예고했다. ‘Venom’은 곧 본편 [Flight of Ideas]로 이어졌다. 첫 번째 EP [Flight of Ideas]는 멤버 전원이 프로듀서라는 라인업의 강점을 확인시키며, 분화하고 진보한 록의 현재를 구현했다.
데뷔 3개월 만에 두 번째 EP [Say My Name]을 완성한 KAVE는 앨범을 소개하며 ‘프리퀄’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Say My Name]이 [Flight of Ideas]의 후속작이며 그 시점이 과거라는 이야기다. 내면의 자아를 인식하게 된 과정을 역순으로 보여주며 전작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전개다.
전작이 고딕, 에스닉, 라틴 무드까지 녹여내며 새로운 록사운드를 만들어 낸 데 비해, 이번 앨범은 록의 원형에 더 가깝다. KAVE의 다섯 멤버가 어린 시절부터 품고 있었던 음악을 소개하는 느낌이다. 전반적인 앨범의 분위기는 ‘인더스트리얼록’이라는 장르로 접근 가능하다. 빠르고 두터운 헤비메탈 사운드, 거친 악기 톤, 광기 어린 전개, 전자 악기와 샘플링의 적극적인 활용에서 ‘인더스트리얼록’ 스타일을 느낄 수 있으며, 고딕스러운 분위기와 귀에 꽂히는 멜로디는 마릴린 맨슨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첫 EP와 마찬가지로 90년대 유행한 록 스타일을 표현하면서도 미래 지향의 새로운 시도들을 놓지 않았다. KAVE는 ‘전작에 대한 프리퀄이면서도 거기서 더 깊게 빠지는 현재 진행형’이라 첨언한다.
[Say My Name] EP에는 총 7곡이 수록되었다. 그중 메인 타이틀 곡은 ‘You’. 비발디의 사계 중 ‘겨울’을 샘플링한 팝록 넘버다. 데뷔 이후 이어진 강렬한 흐름과 달리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았으며 멜로디를 중심에 두고 대중적인 구성으로 풀어냈다. 가사 전체가 영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언뜻 들으면 유행하는 팝송을 듣고 있는 느낌이다.
더블 타이틀로 낙점된 곡은 ‘Stone’이다. ‘You’와 달리 전형적인 인더스트리얼록 넘버다. ‘Monster’라는 테마를 통해 고통스러운 감정을 강력하게 발산한다. KAVE 특유의 사운드에 프리페어드 피아노를 더해 폭발적인 에너지 안에 독특한 감정을 더했다.
인트로 트랙인 ‘Achoo’는 앨범 전체에 깔린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을 예고한다. 희망과 불안의 소리를 전쟁과 기침이라는 테마로 풀어냈으며, 웅장한 분위기를 가르는 DJ 파트가 인상적이다.
‘음음음 (Umm Umm Umm)’은 광시곡의 색채를 띠는 실험적인 곡이다. 악기의 소리는 물론 음의 높낮이와 속도를 과감하게 변화시키며 돋보이는 곡 소화 능력을 보여줬다. 이어지는 ‘Follow Me’에도 같은 매력이 담겼다. 두 곡 모두, 언뜻 록과 어울리지 않는 클래시컬한 피아노 사운드를 재기발랄하게 활용한 부분이 매력적이다.
‘Say My Name’과 ‘Blue’에서는 감정의 깊이가 두드러진다. 호소력 짙은 가호의 보컬 파워를 느낄 수 있으며, 속도가 빠르지 않음에도 두터운 사운드가 강렬함을 완성한다.
과거의 자신들에게서 끄집어낸 에너지와 광기를 현재의 음악적 역량으로 풀어낸 인상적인 앨범이다. (글 / 대중음악평론가 이용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