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떠나는 날 아빠는 자신은 나가 있을테니 혼자 짐을 싸서 떠나라고 했어요. ‘이상하네’라고 생각하고 짐을 챙겨서 나오려는데, 촌스럽게 편지를 쓰고 싶어졌어요.
친한 사이라, 더 어색한 편지였죠. 겨우 한 자 적었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렸습니다. 아빠는 아마 우리가 어울리지 않게 눈물을 흘릴 걸 알고 있었나봐요.
나는 그제서야 이것이 해방이 아닌 이별이었음을 깨달았어요.
큰 사랑과 함께 큰 상처를 주었던, 지나치게 가깝기에 싸울 수밖에 없었던, 나를 언제나 참을 수 없어했던,
나의 아빠에게.
다섯살 때 함께 만들었던 눈사람을 떠올리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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