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는 잘 읽어보았습니다.
당신이 나를 떠난 이후
내 모든 날을 당신과 다시 만나는 순간을 위해 살아왔던 것처럼
내가 내딛는 걸음 모두 당신으로 향하는 길이었습니다만,
나는 너무 오랫동안 그 길에 갇혀 그렇게 나와 당신을 잃었던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한없이 외로웠고 무수히 초라했지만,
당신에게 어떠한 슬픔도 전해줄 수 없다는 것이 나의 가장 큰 자랑이기도 했습니다.
하나뿐인 자랑을 위해 어떤 말도 건네지 않았지만
언제나 빛이 있는 곳에 당신을 떠올렸고,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영원한 것인지를 되물었습니다.
그동안 나는
어쩌면 당신을 만나기 위해 태어난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살아왔습니다.
진실로, 그때의 나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목숨도 내놓을 수 있었습니다.
나에게 사랑은 전부였고,
그리고 나는 당신을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당신을 생각할 수만 있다면 이 정도 따위는 평생 참고 견딜 수 있었겠습니다만,
내가 겪어야 하는 이 시간들이 당신 위한 일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참 오랜 시간을 그러지 않았더라면 하는 후회로 살게 되었습니다.
돌아갈 수만 있다면,
나는 몇백 번이고 다시 같은 선택을 내릴 테지만
되돌려지지 않는 시간은 우리의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이제 그만
슬픈 말과 붉어지는 마음 묻고
모든 게 믿을 수 없을 만큼 오래된 미래에서
당신을 생각할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만 간직하고 있겠습니다.
기다릴 수 없는 것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시간 동안
당신이어야만 했던 나는
이제 당신의 무엇이 되지 않아도
당신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당신께
내게 주어진 마지막을 보냅니다.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늘 그랬듯이, 나는 그거면 됩니다.
추신.
모든 것은 나의 선택이었고,
당신 있어 내가 있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