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짧은 여행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그 친구 말로는 제가 피곤하다고 하면서도 쉽게 잠들지 못하더래요. 자세를 자꾸 바꾼다든지. 혼자 조용히 깼다가 다시 눈을 감는다든지. 생각해 보면 그때 마음이 참 자유롭지 못했어요. 푹, 깊이 자려면 눈꺼풀과 마음이 가벼워야 할 텐데요. 하루 종일 머릿속에 '어떡하지. 어떻게 될까. 어쩌면 좋지.' 그런 생각들이 둥둥 떠다니던 시기였다는 게 일기에서도 보여요. 그 해 일기 어딘가에는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어쩌면 크는 내내 선잠을 자서, 남들만큼 자라지 못한 채 어른이 된 걸까?'
저는 어른이 된 지금도 가끔 덜컥 겁이 나 잠을 설칩니다. 그래도 그 밤들이 이 노래를 만들어주었으니 아주 밉지는 않아요. <여윈잠>은 제대로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곡입니다. 미뤄둔 일, 못 마친 숙제, 오래 묵은 걱정, 영영 엉켜버린 과거에게 베개를 빼앗긴 누군가에게 보내요.
우리가 깊게 잘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지금보다 더 자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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