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많지 않아 글로 남겨.
나는 마음을 굳혔어. 더는 이 잿빛 도시 속에서 거짓과 부패를 들이마시며 살고 싶지 않아.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살아가는 것도 지쳤고 그래서 나아가기로 했어.
아침이 오면 행렬에 합류할 거야.
너희도 알다시피 나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야. 프로토타입도 아니고 골격 삽입에도 실패했지. 그래, 나는 실패작이야. 그 흔한 개조도 받지 못한 반쪽짜리 인간.
하지만 괜찮아. 아니, 괜찮은 것 이상이지.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해. 내 손으로 바꿀 수 있는 내일이 있다는 게 이렇게 흥분되는 일인 줄 이제야 깨달았어.
우리는 새벽에 움직일 거야. 4지구 남쪽 게이트에서 집결해서 6시가 되면 도로를 점거할 계획이야. 본대는 중앙 통제소를 향해 나아가겠지. 내가 어디까지 함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 행렬이 도시를 가로지를 때쯤 우리는 보이지 않던 틈을 뚫을 거야. 거대한 성벽 같은 시스템에도 작은 균열이 있다면 결국은 무너질 수밖에 없어.
작은 균열이 커지면 도시는 흔들릴 거고 거짓은 무너질 거야. 나는 그 순간을 보고 싶어.
혹시라도 내가 잘못된다면, 나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주저앉게 된다면, 그토록 바라던 변화가 오지 않는다면, 하는 그런 생각은 지금 하지 않을래.
일이 잘 된다면 길이 열리고, 도시가 무너지고, 그 자리에는 새로운 것이 들어설 거야.
지금은 그쪽으로만 생각할래.
그때 나는 어디에 있을까. 모두가 함께하길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을 확률이 더 높겠지.
그래도 후회는 없어.
나는 선택했고 두렵지 않아.
그저 너희는 부디 무사하기를.
어디에 있든, 어떤 길을 가든, 살아남아 줘.
이곳이 어떻게 변하든 결국 살아 있어야 할 가치가 있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
그럼 이만 줄일게. 안녕.
Rashid 2/2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