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 없이 그런 것들을 보다가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해서 열어본 댓글 창엔 이분법으로 나뉘어 대립하는 사람들.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며 더 나아가 미워하고 혐오하며 싸우고 있었다. 무서웠다. 사랑이 없었다. 마치 사랑이 철 지난 유행처럼 느껴졌다.
바야흐로 대 혐오의 시대.
그때 들었던 또 하나의 생각은 현재의 세상이 단지 살기 편리해진 것뿐이지, 살기 좋아진 건 아니라는 것. 어쩌면 잘 살아내기가 더 힘들어졌다는 것.
사랑이 모든 걸 이기고 구원할 수 있다는 말은 이제 믿지 않는다.
그래도 이렇게 서로를 미워하는 각박한 세상에 사랑마저 없다면 어떻게 살아갈 수가 있어?
그래서 나는 사랑을 기억하고 곱씹으며 살아간다. 방법은 간단하다.
이따금씩 만나는 친구들이 나와 우리 가족의 평안을 물을 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코코넛 무화과 향의 향수를 뿌리고 집을 나설 때, 아침에 눈을 떴는데 고양이가 내 머리맡에서 새근새근 자고 있을 때, 좋아하는 에티오피아 커피를 내려마실 때, 나를 위해 요리한 음식을 한입 먹었을 때,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창밖을 바라볼 때, 새로 산 책의 모든 문장이 마음에 들 때, 곤히 잠든 너를 아무 말 없이 고요히 바라볼 때, 찬 바람을 맞으며 넓고 푸르른 바다를 바라볼 때, 내가 보고 싶을 때면 내 노래를 들으면 된다던 너의 사랑스러운 문장을 들었던 순간 같은 것들을 곱씹는다.
아주 사소하고도 일상적인, 그런 찰나를 떠올리면 된다. 그런 순간들이면 된다.
그렇게 나는 사랑이 조금 촌스럽고 유치해 보일지라도 사랑을 사랑하기로 했다. 더 잘 살아보고 싶어서.
사랑이 지난 유행이래도 이 험난한 세상에서 당신과 나 사이에 꺼지지 않을,
그런 희미하지만 오래도록 잔잔하게 빛날 불꽃을 두고 싶다. 영원히.
-위수 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