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속도로 달리는 모든 이들을 위한 노래
강백수 single, [100cc]
나도 한때는 남들보다 빠르게 더 멀고 높은 곳을 향해 질주하는 꿈을 꿨습니다. 흔히들 성공이라 말하는 그것의 실체는 잘 모르지만 어쨌거나 빨리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 남들과의 경쟁에 열을 올리던 청소년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그것이 내게 맞는 방식의 삶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사는 것이 자꾸만 버겁고, 그것이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속도를 늦추기로 결심했습니다. 내 삶을 내가 결정할 수 있게 되었을 때쯤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보며 내게 어울리는 삶을 한 번 찾아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굳이 남들보다 앞서지 않으면서 나만의 속도로 인생을 달려나가는 방법을 찾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생각합니다. 나는 딱 이 정도 속도로 살게끔 만들어진 인간이었구나.
누군가는 여전히 내가 더 잘 살 수 있다고 독려 혹은 재촉을 합니다. 나는 그냥 내 속도로 잘 살아가고 있는데 자꾸 내게 파이팅을 외칩니다. 괜찮다고, 괜찮다고 하는데도 자꾸 내 손을 붙들고 자신들이 추구하는 성공의 방향으로 내달리고 싶어합니다. 결국 나보다 앞서는 많은 이들과 멀어져버리고 마는 모습을 누군가는 ‘도태’라고 부르지만 나는 괜찮습니다. 내게는 스스로 도태를 선택할 권리도 있습니다.
‘100cc’는 자신만의 속도로 달리는 사람들을 응원하기 위해 만든 노래입니다. 더 빨리 더 빨리를 외치는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한 귀로 흘리며 안전하게 자신의 인생길을 가는 사람들 말입니다. 우리는 그들보다 한없이 뒤처지고 말겁니다. 하지만 틀린 건 아니지요. 불안해하지 말고 지금처럼 자신만의 속도를 지켜나가길 바랍니다. 비록 계기판에는 시속 120km까지밖에 적혀있지 않지만 그래도 골목골목을 누비며 제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는 100cc 스쿠터처럼.
2025년, 두 바퀴로 달리기 좋은 계절의 시작점에서. 강백수. ....

